<김영삼 前 대통령 국가葬>‘영원한 적은 없다’… YS 통합의 용인술

‘소통·포용의 카리스마’… 재평가되는 YS

하나회 멤버 이춘구 前의원
3당 합당후 발탁… 적극 신임
신경식도 비서실장 임명·중책

현재 정치권 공천만 놓고 싸워
YS 리더십에서 교훈 얻어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정치적 이념과 계파를 뛰어넘어 인재를 폭넓게 품는 김 전 대통령 식 통합의 리더십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일단 사람을 쓰면 신뢰했고 많은 것을 위임했다. 필요하면 적도 스카우트했고, 진심을 먼저 보이고 아낌없이 베풀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인사가 만사’를 모토로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신념을 가지면서 탕평을 행했던 김 전 대통령의 인사는 지금의 정치 현실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1991년 5월 당시 민자당 대표였던 김 전 대통령은 민정계였던 신경식 전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3당 합당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당이 여전히 화학적 결합을 만들지 못하자 김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결단한 것이다. 신 전 의원도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일 아침 상도동으로 출근해 김 전 대통령과 차를 함께 타고 여의도로 이동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신 전 의원을 정무장관으로 임명해 곁에 두는 중책까지 맡겼다. 현재 헌정회장인 신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 빈소에서도 “직접 옆에서 김 전 대통령을 모시면서 느낀 점은 저분(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우리나라 민주화가 제대로 발을 붙였고 부정부패가 상당 부분 정화됐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비록 뿌리가 달랐어도 군사정권에 동조만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곁을 과감히 내줬다. 민자당 및 신한국당 대표, 국회 부의장을 역임한 고 이춘구 전 의원도 대표적 통합형 인재 등용 사례다. 군인 출신인 이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격적으로 해체해버린 하나회 출신이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그는 3당합당 후 김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고 1992년 대선에서 김 전 대통령의 당선에 앞장섰다. 민자당 사무총장을 지낸 고 김윤환 전 의원, 같은 당 원내총무를 지낸 김영구 전 의원 등도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중용된 민정계 출신이다.

민자당 시절 당직자였던 이근식 씨는 “군사정권을 문민정부로 바꾸면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계파와 진영을 뛰어넘는)김 전 대통령의 통 큰 결단과 고집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계파와 진영을 뛰어넘는 인재 등용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삼 정부 초대 통일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전 부총리는 보수 정권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력을 보였지만 김 전 대통령은 그를 과감히 중용했다. 박찬종 전 의원은 “지금 (정치권) 사람들이 복에 겨워 싸우는 것은 오로지 공천 때문”이라면서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전부 불러 갖고 회초리를 들고 ‘야, 이놈들’하고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김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다”고 애도했다.

김만용·손우성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