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위권, 韓주권 인정하고 국제규범 준수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韓·美동맹 강조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육군협회 초청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한·미 동맹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 北대비 BMD 갖춰야”
사실상 ‘사드’ 필요 강조

韓·美 사드 틈새 노린 日
불쑥 “도입 검토하겠다”
사드, 美와 동맹잣대 되나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25일 일본의 한반도에서 집단자위권 행사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 일본은 주권을 인정하고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가운데 협의해 나간다면 좋은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이날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육군협회가 주최한 조찬 강연에서 “한·미·일은 서로의 주권이 있다는 것을 잘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한미연합사령관이 한반도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문제와 관련해 ‘주권 존중’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이 한반도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려면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을 사실상 지지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또 “북한의 위협이 굉장하기 때문에 특히 탄도미사일 위협 같은 경우는 중첩되고 상호운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 방어태세(BMD)를 갖춰야 한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필요성을 시사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한·미 양국은 BMD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매우 긴박하게 이 능력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발언은 한국이 상층·하층 방어체계 모두를 갖출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간 ‘뜨거운 감자’인 사드 도입 논의가 진전이 없는 틈을 타 일본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23일 미국 하와이에서 “사드 도입을 검토하겠다”면서 선수를 치고 나왔다. 한국이 요청·협의·결정이 없었다는 ‘3노(NO)’ 정책을 고수하는 사이에 일본이 미국의 대중 봉쇄 전략에 전적으로 부응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미·일 동맹 강화 노선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이 때문에 한국은 중국 눈치를 보다가 한·미·일 3각 협력에서 이탈하는 모양새로 비치게 됐다. 사드가 한·미 동맹의 수준을 가늠하는 시험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