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 파리테러>美·러 대치…‘反 IS 연합군’ 균열 조짐

푸틴 “심각한 결과 부를것”
에르도안 “국경 방어 당연”

군사적 공조 난항 불가피
시리아 반군 “조종사 사살”
내일 佛·러 정상회담 주목

24일 터키가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해 양국 간 긴장관계가 높아지는 가운데, 파리 연쇄 테러 이후 구성된 ‘반(反) 이슬람국가(IS)’ 전선이 타격을 입게 됐다.

AFP 등은 24일 터키군을 인용, 터키 F-16s 전투기가 남부 하타이주 야일라다으 지역 영공을 침범한 전투기를 교전수칙에 따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수호이(Su)-24 전투기가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과 터키 국경지대에서 격추됐다고 밝혔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것은 지난 1953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시리아 반군은 터키 전투기의 공격을 받아 비상탈출한 러시아 조종사 2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투르크멘 반군 제2해안여단의 알파슬란 첼릭 부사령관은 터키 도안통신에 “우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조종사 2명에게 총을 쐈으며 시체는 여기에 있다”고 말하며 조종사를 상대로 사격하는 영상 등을 공개했다.

전투기 추락 후 터키와 러시아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으며 각을 세웠다. 터키군은 러시아 전투기가 영공을 침범해 5분 동안 10차례에 걸쳐 경고했으나 이를 무시해 공격했다고 밝혔고, 러시아 국방부는 “전투기가 비행 내내 시리아 상공에만 머물러 있었다”고 주장했다. 양국 정상도 강도 높은 발언으로 상대를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투기 추락 후 긴급 TV 연설을 하고 “이번 격추 사건은 테러리스트의 공범(터키)이 등 뒤에서 칼을 꽂은 행위”라며 “이번 비극이 러시아와 터키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긴급개최한 안보회의를 통해 “국경을 방어할 권리가 있음을 모두가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IS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반 IS 전선 구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터키가 속한 나토와 러시아는 최근 파리 연쇄 테러 응징을 계기로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였지만 이날 격추사건을 두고 나토가 회원국인 터키의 편에 서면서 러시아와의 공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분명히 밝혔듯이 우리는 터키와 연대하고 나토 동맹국의 영토적 통합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 상황이 확산되지 않도록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 문제를 두고 대립 중인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더울 불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터키는 영공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의 지지를 받는 온건 반군을 추격하다가 터키 국경을 가깝게 날아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다”라고 밝혀 사실상 러시아 책임론을 주장했다. 전투기 격추사건 이후 러시아는 터키에 보복경고를 했지만 25일 현재 러시아 측은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전투기 격추사건이 반 IS 국제공조전선의 균열요소가 될지 여부는 26일로 예정된 올랑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모스크바 정상회담을 거치며 분명해질 전망이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