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교육현장’을 가다>“연평도 포격? 몰라요…” 입시에 지쳐 安保는 ‘먼나라 얘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27일 서울 동작청소년문화의 집에서 청소년들이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 행복동네만들기 프로젝트 ‘행복 담벼락 이야기’에 참여해 벽화를 그리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수주의적 교육” 반대 부딪혀
올해 안보교육예산 26억 불과
이스라엘은 年 300억원 규모

‘나라사랑연구학교’ 성과 입증
자유학기제 등 활용 지원해야
교사들 “지역사회 등 연계 필요”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요? 중학생 때는 고교 입시 때문에, 지금은 내신과 대학입시 챙기느라 바빠서 잘 몰랐어요.” 지난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5주년을 맞아 2010년 11월 당시 포격 사건과 1999년 6월 15일 제1차 연평해전, 2002년 6월 29일 제2차 연평해전을 묻는 질문에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 임모(17) 양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준비하는 대입전형에는 시사 질문이 나올 면접이 없어서…”라며 말을 흐렸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는 매일같이 안보위협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입시에 지친 학생들에게 안보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젊은 세대일수록 안보의식이 약화한다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국민안전처의 ‘2015 국민안보의식 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전체 응답자의 83%가 ‘전쟁이 나면 참전하겠다’고 응답했으나, 대학생 중 참전하겠다는 응답은 56%로 크게 낮았다.

◇나라사랑 교육 효과 입증돼… 체계적인 지원 확대 필요 = 개인주의가 심화하면서 애국심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학교 현장에서는 입시에 밀려 나라사랑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소년들에 대한 나라사랑 교육 규모가 턱없이 작기 때문에 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관심과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현충시설, 각종 수련시설을 활용한 청소년 체험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고 학교에 국가유공자·공훈선양교육자료, 중등교과서와 연계한 학습영상 등이 보급되는 정도다.

보훈교육연구원에서는 초·중등교원과 청소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나라사랑 연수교육 9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학교에 참여한 학교들은 교육과정 확대와 체계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순천왕운초교의 교사들은 “가치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때부터 국가, 지역사회, 학교, 가정이 연계해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가보훈처에 제출했다. 단순 유적지 탐방이 아닌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탐방과 체험 등 자유학기제를 활용한 보다 내실있는 나라사랑 교육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나라사랑연구학교에서 나타난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일반학교에 적용하고 더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나라사랑연구학교로 지정됐던 순천왕운초교에서 나라사랑 의식 관련 조사를 한 결과, 연구학교 운영 전과 후 긍정적 답변을 한 비율이 79.5%에서 92.0%로 12.5%포인트나 상승했다. 특히 세부항목 중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았다는 응답은 55%에서 90%로 크게 상승했다.

◇나라사랑 교육예산 국방비의 0.0065% = 나라사랑 교육을 주관하는 보훈처의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나라사랑 교육 예산은 약 26억 원이다. 매년 40조 원에 달하는 국방예산의 0.0065% 수준이다. 나라사랑 교육예산은 꾸준히 삭감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2012년과 비교해 청소년나라사랑 체험프로그램은 5억 원에서 3억3700만 원으로 32%나 삭감됐다. 이 때문에 108개 기관이 체험프로그램 지원을 신청했지만, 겨우 26.8%(29개)만 선정됐다. 기관당 지원액도 지난해 1500만 원에서 올해 1000만 원으로 줄었다. 나라사랑교육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연구하는 나라사랑 연구학교사업은 2012년 2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예산이 25% 삭감됐다. 연간 평균 17개교 정도가 선정됐지만 올해는 11개교로 줄어들었다. 청소년 보훈캠프 체험교육 예산도 17% 삭감됐다.

2016년도 정부 예산안은 나라사랑 교육에 100억 원을 편성했으나 아직은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당초 보훈처가 희망했던 예산은 6087억 원이었다. 게다가 100억 원으로 삭감된 예산안마저도 국회에서 ‘국수주의적 교육’이라는 반대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15억 원 규모의 지역별·학교별 호국영웅명비 건립사업도 위기다. 이 사업은 누가 나라를 위해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청소년들이 실생활에서 쉽게 접하도록 해서 자연스럽게 나라사랑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국제사회의 나라사랑 교육 강화 추세와 비교해도 예산 규모는 턱없이 작다. 한국처럼 안보위협 때문에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경우 나라사랑 교육 중 하나인 쉘라흐 프로그램 예산만 해도 연간 300억 원 규모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은 한국이 평화를 지키고 여러 갈등으로 분열된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관련 교육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