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책 표지갈이 교수 사법처리 100명선 정한 까닭은

책 원저자 사법처리 어려울 듯

대학 전공서적 표지갈이 사건을 수사중인 의정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 10월부터 S, H출판사에서 압수한 표지갈이 책들을 토대로 30개 대학 210명의 교수들을 소환 조사한 결과 표지갈이에 직접 개입한 사법처리 대상 교수들이 100여 명에 달한다고 25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달 초 책 내용은 그대로 놔두고 표지의 제목과 저자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조작한 서울 소재 S기술대 L 교수와 사립 I대 K 교수, 경기도 소재 K대 J 교수,강원도 K대 C 교수 등 30개 대학 100여 명을 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소환조사를 받은 210여 명의 교수 가운데 책의 원저자 교수들과 범행의 고의성이 적은 교수, 참고인들을 제외하고 직접 표지갈이에 개입해 가짜 저서를 악용한 사법처리 대상자들이다.

검찰은 출판사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표지갈이 책에 도용한 사실을 전혀 몰랐던 교수나 자신이 저술한 책이 표지갈이된 자체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원저자 교수들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책을 저술한 일부 원저자들은 출판사와 교수의 표지갈이 행위를 전혀 몰랐거나 알면서도 단순하게 묵인하는 경우도 있어 검찰은 책 원저자들을 사법처리할지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법조계와 출판계에서는 표지갈이를 묵인한 책의 원저자인 교수들에 대해서도 검찰이 기소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판사 출신인 의정부시 P 변호사는 “원저자들이 표지갈이 행위를 묵인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해서 기소하는 것은 법적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종 차장검사는 “표지갈이한 혐의가 뚜렷해 불구속 기소되는 교수들은 30개 대학 100~110명 선이 정확하다”며 “대학 측에 재직사실을 확인하고 범죄사실을 통보하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대학 측이 기소 예정인 이 교수들을 자체 징계위원회에 회부, 표지갈이 관행을 없애는 등 학문의 전당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정부=오명근 기자 o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