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시위 만성화…더 이상 안된다>“불법시위 한번에 ‘사회적 손실’ 900억… 5년간 18兆”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불법과의 전쟁’ 27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이 경기 수원시 민주노총 경기본부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자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조합원들이 사무실에 들어서려다 제지당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사회시민회의 추산
올해 23건 … 2조900억

시청·광화문일대 상인들
“시위날 식당 예약 줄취소
매출 70% 급감” 하소연
“교통마비로 생지옥 경험
집까지 2시간이나 걸려”

他지역 경찰력까지 동원
민생치안 전반 구멍 우려

한 차례 불법 폭력 시위가 900억 원가량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만큼, 도심 한복판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불법 폭력 시위가 국가 경쟁력까지 잠식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오는 12월 5일 서울 시청광장 등에서 또 한 번 도심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가운데, 시청·광화문 인근 상인들은 “누구든 시위를 열어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불법 시위로 인해 비싼 임대료를 내고 제대로 영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타들어 가는 마음도 생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5년간 불법 시위, 사회적 비용 18조 원 = 27일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에 따르면, 불법 폭력 시위로 인해 최근 5년간 총 18조 원가량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모두 45건의 불법 시위가 있었던 2011년에는 4조9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고, 2012년 4조6400억 원(불법 시위 51건), 2013년 4조900억 원(45건), 2014년 3조1800억 원(35건)이 각각 생겼다는 것이다. 올해는 23건의 불법 시위로 인해 2조9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바른사회는 차성민 한남대 법학 교수·강신원 순천대 사회복지학부 교수팀이 불법 시위 1회당 사회적 비용이 910억 원가량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5년간 발생한 불법 집회 건수에 해당 비용을 곱해 사회적 비용을 산출했다.

치안정책연구소도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불법 폭력 시위 1회당 890억 원의 사회적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시민의 이동 불편·심리적 피해로 인한 손실(838억5000만 원)이 가장 컸고, 시위 장소 부근 식당 등 업체들이 입는 직접 손실 48억5000만 원, 시위 대응을 위해 경찰이 지출하는 비용(1878만 원), 차량 정체로 인한 교통 손실(1억2500만 원), 주변 대기오염으로 인한 손실(480만 원) 등이 포함됐다.

◇시청·광화문 일대 상인들의 절규 = 서울광장, 광화문역 인근 상인들은 벌써 다음 달 5일 예정된 도심 대규모 시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날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에서 만난 한 대형 식당의 김모 매니저는 “지난 14일 시위 때 건물 관리인이 안전을 우려해 주차장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건물 출입문 한 곳도 폐쇄했다”며 “이에 따라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식당에 있던 손님도 나가 평소 하루 300만∼400만 원이던 매출이 70% 이상 깎였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가 열리는 것은 다소 이해가 됐는데, 이번 시위는 도대체 왜 하는지, 무슨 이유로 이렇게 과격하게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건물에서 유럽 음식을 파는 한 식당의 팀장은 “지난 14일 한 팀 빼고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며 “‘예약 부도’가 많이 났지만, 건물 내 최루탄 가스가 들어오는 등 식사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라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평소 200만 원 수준이던 매출이 당시 70만 원 정도로 반토막도 안 됐는데, 벌써 다음 달 5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사거리 인근 한식당의 사장은 “우리도 불법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를 향해 시위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혼잡한 도심 교통 탓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다. 대기업에 다니는 문모(32) 씨는 “일의 특성상 주말 근무가 많아 지난 14일 출근했는데, 집까지 2시간이 걸리는 등 생지옥을 경험했다”며 “집회할 권리는 분명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생치안 구멍 우려도 = 도심 대규모 불법 시위 대비를 위해 경찰력이 집중되면서 다른 곳의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집회 대비를 위해 주간에는 2만2718개 중대, 야간에는 6602개 중대가 대기했다. 집회 참가자 6만8000여 명이 모인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은 240여 개 부대, 2만2000여 명의 경찰관을 배치했다. 경찰은 경기 일대 경찰관까지 동원해 집회 관리를 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관 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으면 다른 지역 경찰관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지역 민생 치안에 투입되는 경찰력이 줄어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손기은·김윤희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