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목표 80% 실현… 우경화 계속될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6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아베 정권의 미래 구상과 한·일 관계’ 심포지엄에서 최은봉(맨 왼쪽부터) 이화여대 교수의 사회로 박철희 서울대 교수, 도요우라 준이치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등이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미래상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아베 말하는 보통국가=大國
‘새로운 일본’ 개헌으로 추진
안보법제, 평화헌법 제약 벗어

양적완화로 기업 최대 영업익
빈부·지역격차 심화 역효과
궁여지책 빈곤층에 28조 지원

경제적 측면서 협력 절실
과거 극복하고 윈-윈 추구
새로운 한·일관계 구축해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각종 우경화 발언과 정책으로 한국 등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있지만 그가 추구해온 ‘강한 일본’의 꿈은 80% 이상 실현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과 한국정치학회(회장 최진우)가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26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 1층 강당에서 공동주최한 ‘아베 정권의 미래구상과 한·일 관계’ 심포지엄에서 이치카와 하야미(市川速水) 아사히(朝日)신문 편집보좌(한국의 경우 부국장 직책)는 “아베의 꿈은 일본이 자부심을 가진 강한 보통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치카와 편집보좌는 특히 “‘아베의 꿈’이 그간 추진해온 정책을 통해 80∼90%는 이미 완료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2차 세계 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교전권 등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른바 ‘특수국가’의 전후 체제를 약 70년간 유지해 왔다. 또 패전국, 식민지 침략국으로서 외교 무대에서 떳떳하지 못했고 자학적인 역사관을 현세대에 가르쳐야 했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에는 20여 년간 경제도 침체에 허덕였다. 이 모든 상황을 되돌려 1868년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의 강력한 일본을 되찾겠다는 것이 아베 총리, 아베 정권, 그리고 그 배후인 일본 보수세력의 궁극적인 목표로 집약된다.

이치카와 편집보좌는 “경제를 되찾겠다는 것은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로, 교육을 되찾겠다는 것은 대학 문과계 통폐합 등으로, 외교를 되찾겠다는 것은 중국과 한국에 할 말은 한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일본을 되찾겠다는 것은 즉 개헌(시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베 정권은 지난 9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담은 안보법제를 성립시켜 사실상 평화헌법의 제약에서 벗어난 상태다. 그는 “이런 것들이 모순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베 총리가 ‘문제가 없다’고 해서 (논란이) 끝나 버렸다”며 “모순이지만 그게 지금의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정권의 ‘강한 일본’ 추구 과정 가운데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일환인 일본의 양적 완화는 엔저(低)로 이어져 일부 일본의 대기업들은 창사 이래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호황의 낙수효과가 서민층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작용은 아베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즈노 도모히코(水野智彦·전 민주당 중의원) 하토야마재단 이사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 확대, 지역 격차도 문제”라며 “하류·빈곤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한 아베 정권의 대안도 만만치 않다.

아베 총리는 최근 “아베노믹스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 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3조 엔(약 28조 원)을 투입해 고령자들 중 빈곤층에 대한 현금을 1인당 매달 3만 엔 정도 지원하고, 보육 및 노인복지시설을 늘려 근로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또 아베 정권과 자민당의 정책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일본 경제인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기업들에 과감한 임금 인상을 주문하고 있다.

미즈노 이사는 “만약 자민당에서 아베 총리의 대체자가 나온다고 해도, 아베 총리의 꿈은 다른 형태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상 아베 정권의 ‘강한 일본’이 거의 실현돼 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전제 조건으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은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의 50년은 과거를 극복하고 같이 잘 살아가는 관계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한·일은) 서플라이체인(공급사슬)을 구축할 수 있으니 그런 방향 속에서 서로 윈-윈(win-win)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협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관계”라고 말했다.

박준희·인지현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