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라야마 前총리 등 ‘朴교수 기소’ 비판 성명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 등이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여·58) 세종대 교수에 대한 한국 검찰의 기소 처분을 비판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의가 한·일 정상회담 후에도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를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일본 교도(共同) 통신에 따르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해 온 일본 학자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도쿄대 명예교수 등은 전날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교수가 기소된 데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995년 식민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전 총리, 일본군 및 관(官)의 위안부 관여 사실을 인정한 1993년의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전 관방장관, 한반도 관련 연구자 등 총 50여 명이 성명의 동참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성명은 “역사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학문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며 “학문의 장에 공권력이 발을 들이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국의 위안부’ 책 내용이 다시 회자되면서 위안부 문제 일부의 사실 여부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집권 자민당의 역사 검증기구 출범과 12월 중 산케이(産經)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한국법원 선고 등 기타 장외변수들도 잠재적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어 위안부 문제에 여파가 미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10차에 걸쳐 열린 국장급 협의를 중심으로 하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교장관 등 복수의 루트에서 위안부 논의를 진행해 왔다. 위안부 동원에 대한 일본의 ‘책임’ 문제를 놓고 한·일 간 근본적인 인식차가 여전하다는 점은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인지현·박준희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