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테러 대처 위해 안보역할 더 확대해야”

佛 ‘IS격퇴’ 러 협력 받으려
나토 아닌 EU에 도움 요청
외신들 “역할 재평가 필요”

나토 “군사적 불안 터키에
전투기 투입 등 지원 강화”

지난 11월 24일 발생한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터키에 군사적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토의 안보 역할이 현행 수준보다 확대돼 테러리즘에 즉각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등은 1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나토 동맹국들이 터키의 방공 능력을 강화하는 등 방위력 증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외교장관들은 이 자리에서 회원국 전함의 지중해 동쪽 배치, 터키 인치를리크 공군기지 전투기 투입,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등 다각적인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터키에 대한 지원 방안은 러시아기 격추 사건 이전에 계획된 것이며 따라서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경계했다.

터키에 대한 나토의 군사적 지원이 강화되고 있지만 외신들은 나토의 안보 역할이 지금보다 더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WSJ는 최근 11·13 파리 연쇄 테러와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에서 모두 나토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나토의 안보 역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한 전직 나토 관리는 WSJ에 “프랑스가 나토 대신 유럽연합(EU)에 도움을 청한 것은 회원국의 국제 분쟁에서 군사적인 역할에 집중된 나토가 치안과 국경 수비를 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연쇄 테러 발생 직후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하면서 나토 창설헌장 제5조가 아닌 EU의 리스본조약 제47조 7항을 근거로 들어 EU에 손을 내밀었다. 두 조항 모두 회원국이 침략받았을 때 가입국의 지원 의무를 규정한 ‘집단안보’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그러나 프랑스가 EU를 택한 배경에는 과거 창설 목적이 소련을 봉쇄하는 것이었던 나토의 이름으로 이슬람국가(IS) 척결작전에 나설 경우 러시아와 힘을 합치기 힘들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나토가 이 같은 정치적 판단에 휘말리지 않고 적절한 안보 역할을 하기 위해 상시대응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토 연합군 전력강화최고사령부(SACT)에 자문 역할을 했던 프랑스 출신 데니스 메르시에 장군은 WSJ에 “나토가 모든 위협, 특히 테러리즘에 대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회원국 사이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쟁지역과 테러 현장에 48시간 내에 투입돼 초기 진압 작전을 수행하는 선봉 부대인 초신속합동군(VJTF)이 확대돼 상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나토의 안보 역할 확대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파리 테러 등 핵심 이슈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면 역할 확대 움직임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