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확대 개편되는 ‘공무원 성과연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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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비중, 고위직 15% · 과장급 10%로 확대
최상위자 2%엔 성과급의 50%가산 특별급까지

인사혁신처는 지난 7일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경직적인 보수구조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성과를 내는 공무원, 업무의 중요도·난이도가 높은 공무원은 이에 걸맞은 보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무원 성과연봉제 확대를 중심으로 한 이번 개편은 계급이 아닌 직무 또는 직책을 기준으로 보수를 결정하고 차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이 인사혁신처의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장기근무형-순환근무형’의 투 트랙 인사관리 등 전반적인 인사관리 변화를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1 보수체계 개편 핵심 내용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방안’과 관련, 올해 말까지 관련 규정인 대통령령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 대상이 되는 관련 규정은 공무원 보수 규정, 공무원 수당 규정, 공무원 성과평가 규정 등이다. 이번 보수체계 개편방안의 핵심은 직무와 성과에 따라 힘들고 중요한 업무를 하거나 성과가 우수한 공무원은 과감하게 보상하고, 성과가 미흡한 공무원은 보수가 동결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이 늘어나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성과급 폭도 확대된다. 공무원이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도 및 난이도 등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게 된다.

2 적용 대상 단계적 확대

성과연봉제는 직급 등에 따라 단계별로 확대돼 2017년에 완료된다. 일반직 과장급 이상에만 적용해온 성과연봉제가 중간관리자인 일반직 5급까지 확대되는 시점은 2017년까지다. 현재 성과연봉제는 과장 보직을 맡고 있는 4급 이상에만 적용되고 있다. 게다가 4급 중 과장 보직을 맡지 않은 공무원과 그 이하는 성과에 관계없이 재직 기간에 따라 보수가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호봉제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이들이 2017년에는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이 됨에 따라 전체에서 성과연봉제 적용 인원 비중은 현재 4.5%(6650명)에서 2017년엔 15.4%(2만2600명)로 늘어난다. 인사혁신처는 행정자치부와 협의해 지방직 공무원에게도 성과연봉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성과연봉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던 교원·경찰·군무원 등 특정직에도 성과연봉제를 순차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3 공무원간 보수격차 커져

성과급 폭 확대와 특별성과급 지급 등으로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보수격차가 커질 전망이다. 인사혁신처는 성과가 우수한 공무원에 대한 성과급 비중을 2020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총 연봉 대비 성과급 비중이 고위공무원의 경우 7%로 낮아 동기 부여 효과가 미흡했다고 판단, 이를 15%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과장급은 성과급 비중이 5%에서 10%로 높아진다.

이어 고위공무원에 대해서는 내년도 기본연봉을 동결하고, 전액 성과연봉으로 전환해 성과에 따라 보수 인상 여부가 결정되도록 할 방침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상위 2%의 우수자에게는 현행 최상위등급 성과급의 50% 범위에서 가산해주는 ‘특별성과급’을 지급함으로써 공직 사회에서도 탁월한 업적의 최우수자는 확실히 보상한다는 게 인사혁신처 방침이다.

4 직급 높을수록 커지는 격차

향후 성과급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실제 지급되는 액수는 직급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현재 성과급은 S, A, B, C 등 4개 등급으로 차등 지급되며, 매년 6월과 12월 근무 성적을 기준으로 1년에 한 차례 성과급이 나온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현재 실장급(1급)의 경우 최상위 등급 평가를 받으면 최대 1200만 원의 성과급을 받게 되나 보수체계 개편으로 성과급 폭이 늘어나면서 2020년엔 180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장급(2급)은 최상위 등급 성과급이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늘어난다. 과장급(3급)은 현행 490만 원에서 650만 원이 된다. 보수 체계 개편 전후를 비교하면 직급에 따라 적게는 160만 원에서 600만 원까지 성과급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5 직무 난이도·중요도 따른 차이

지금까지 공무원들은 직급과 재직 기간이 같으면 연봉이 비슷했으나 앞으로는 맡은 일이 중요하거나 어려운 경우엔 우대된다. 업무 중요도와 난이도를 기준으로 수당(중요직무급)이 더 주어지는 것이다. 특히 부처별 국정과제, 핵심업무 등 수행자에 대해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 부처의 핵심 사업 또는 단기간 집중적으로 몰입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일반 업무 담당자보다 우대하여 보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급대상과 지급액은 각 기관에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6 최하위직 보수는 인상

인사혁신처는 이번 보수체계 개편 과정에서 최하위직에 해당돼 보수가 낮은 일반직 9급의 초임 호봉(1∼5호봉)의 기본급을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위직 직급 실무직 공무원의 사기 진작 차원이다. 공직에 처음 입문한 9급 1호봉의 임금 인상액은 26만 원으로, 올해 공무원 전체 임금 인상률인 3％보다 높은 4.2％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최하위직인 일반직 9급은 초임 보수가 낮아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생활급으로서 보수 인상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또 “대국민 서비스의 최접점에 있으나, 보수가 낮은 하위직에 대한 처우개선을 통해 업무 몰입 및 대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7 보수체계 개편의 목적

성과연봉제 대상 확대 등 인사혁신처의 이번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은 일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게 해 공무원 사회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이후 공직에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공직 문화를 정착시키고, 공직의 생산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유능한 민간 전문가 영입 및 고성과자에 대한 보상, 성과가 미흡한 공무원에 대한 보수 차등에 성과연봉제 도입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인사혁신처는 “재직기간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경직적인 보수구조를 개선하고, 성과 중심 인사관리 강화와 연계하여 합리적이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보상 문화를 공직사회에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사시스템의 전문화를 통해 공직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무원이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장인’이 되겠다는 인식으로 전문성을 쌓아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8 소요 예산은 안 늘어나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성과급 확대의 경우 추가 예산 투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에 따른 소요 재원은 기본급 인상에 사용되는 처우개선분, 즉 보수인상분(3%)을 활용해 마련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공무원의 경우에는 성과를 내면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지만, 성과가 미흡한 경우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예년과 같은 처우개선분(1%)에서 제외돼 오히려 적은 돈을 받게 된다.

9 일부 공무원 반발 기류

일부 공무원들은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성과연봉제 확대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계급이 아닌 성과 중심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보수체계 개편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어떤 업무나 보직을 맡느냐에 따라 성과가 결정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잘나가는 특정 부서나 특정 업무를 맡아야, 표나게 성과를 거둘 수 있고 승진으로 연결되는 현실을 간과했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방대한 행정업무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공정한 성과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하위 등급을 받은 공무원의 임금을 동결해 고성과자의 인센티브를 늘린다는 방침은 임금격차를 키우고 경쟁을 심화시켜 조직문화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는 경쟁 유발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많은 공무원들은 오히려 행정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저성과자 퇴출 방침과 관련, 이근면 처장은 “100만 명 공무원 가운데 문제가 있는 0.1%의 잡초를 그대로 둘 경우 나머지 좋은 잔디의 성장도 방해하기 때문에 뽑아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왔다.

10 노동단체는 폐기 촉구

민주노총은 이번 공무원 성과연봉제 적용 확대 개편 방안을 ‘노동 개악’으로 보고 정부에 당장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8일 발표한 성명에서 민주노총은 “상명하복의 성격이 강한 공직사회 특성상 하급 공무원에게까지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지나치다”며 “정부가 최상위 2%의 우수자에게 지급한다는 특별성과급은 소수에게 주어질 뿐이며 기타 98% 공무원의 목을 죌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업무성과 측정은 민간사업체도 특정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공직사회는 대민 봉사를 목적으로 한 조직으로 명령을 받는 하위직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부당하고, 업무성과를 측정할 객관적 방법도 없다”고 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