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初校때 삼국지 6번 읽은 독서광…‘경영 아이디어’ 책에서 얻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예정대로 제2터미널이 오는 2017년 완공되고 나면 공항의 연간 여객 수용 능력이 현재의 4400만 명에서 6200만 명으로 크게 늘어나고 대고객 서비스 수준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경영 능력이 뛰어난 관료. 행정에 경영을 접목한 이론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정립한 행정가. 기업 마인드를 가진 기초자치단체장. 오랫동안 갈고 닦은 국제비즈니스 능력을 바탕으로 인천공항의 제2도약을 선도하는 인물.

박완수(60)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수식어에는 오래 전부터 경영, 기업, 비즈니스 같은 단어가 따라다닌다. 이는 박 사장이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통해 독자적으로 터득한 경영철학이 공무원들과 공기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음을 의미한다.

박 사장이 지난해 10월 사장에 취임할 때만 해도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그의 능력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가 비록 관료와 자치단체장으로서 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공기업의 사장을 처음 맡은데다 국제 업무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공사는 당시 면세점 등 상업시설에 대한 입찰 지연, 낮은 환승률, 내부 갈등,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따른 여객 감소 등의 난제에 직면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 사장 취임 1년 2개월이 지난 요즘 그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역으로 단기간에 공사가 직면한 숱한 난관들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설 계획 등 새로운 비전을 사내외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를 ‘숨은 실력자’로 평가하는 공직자들과 직원들이 점차 늘고 있다.

박 사장이 취임 직후 경영 개선 차원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착수한 일 중의 하나는 임원회의실 내 CCTV 설치다. 그는 이를 통해 매주 월요일 열리는 임원회의 내용을 전 직원에게 실시간으로 낱낱이 중계, 직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위기극복에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공사 조직에 새로운 소통문화를 만든 것이다.

박 사장은 CCTV 설치 이유에 대해 “비판 의견을 수용할 수 있어야 소통과 협력이 가능하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임직원이 (리더의 눈치를 안 보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만 공사가 글로벌 공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창원시장 시절에도 나에게 비판적인 사람을 간부회의에 초대해서 발언을 시키고 전 직원들에게 생중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공사가 여객 수요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고 공사를 공항 운영 공기업에서 항공·공항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공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이와 관련, 올해 초 공항 국제업무지역 내 327만4000여㎡ 부지에 카지노를 포함한 세계적인 수준의 복합리조트를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사는 1차적으로 오는 2020년까지 16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복합리조트 안에 외국인 전용카지노, 객실 1300실 규모의 6성급 호텔, 아레나시설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특유의 국제 감각을 발휘, 급격한 여객 감소 등 위기 사태 등에도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는 지난 여름 메르스 사태로 여객이 급격히 줄어들었을 때 발 빠르게 공항 착륙료 감면, 환승 인센티브 제공 등의 조치를 취하는가 하면 항공사 대상 중국과 동남아 현지 설명회, 해외 여행사와 언론사 초청 국내 설명회 등을 잇따라 개최하고 몸소 참여하기도 했다.

이 결과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 1∼11월 국제선 여객은 지난해 대비 7.9% 늘어난 4486만 명을 기록했다. 여객을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도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는 5개월이나 걸렸으나 올해에는 1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사장이 이처럼 취임 이후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것은 행정관료와 자치단체장 시절부터 철저하게 쌓아온 경영 분야의 ‘내공’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또 평소 꾸준한 독서와 끊임없는 상상력을 통해 다양한 경영 개선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축적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조직과 사조직은 둘다 조직 운영 목적, 인사, 사무 등에서 대동소이합니다. 저는 기초자치단체장 시절에도 시장을 시민복지를 늘리는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했지 권한을 누리는 자리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당시 저 자신을 시민들의 복지를 늘리는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지금은 항공사, 입주기업 등을 주인으로 모시고 일하고 있습니다.”

박 사장과 경영과의 인연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는 90년대 중후반 경남도청 경제통상국장 시절 경영, 행정효율성 등을 이론적으로 정리했으며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출범한 이후 경제살리기를 하면서 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그는 또 창원시장 시절인 2004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기업사랑운동’을 전개했으며 2005년에는 기업인을 위한 명예의 전당을 제일 먼저 만들기도 했다. 이어 2006년에는 관내 공장 부지 한가운데를 흐르는 하천의 물길을 공장들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돌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 국내 자치단체장 가운데 가장 기업 친화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다.

그는 2012년에 펴낸 저서 ‘명품도시의 창조’ 등을 통해 기업은 우리 사회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큰 공로자라는 점, 기업 없이는 지속 가능하고 풍족한 사회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 자치단체는 기업가들이 기업가 정신과 창조적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의 애로를 해결해 주고 반기업 정서를 없애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박 사장이 기업가 정신 못지않게 관료 시절부터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것은 행정효율성 증대다. 국내 행정이 과정만 중시하지 결과를 중시하지 않는 풍조 때문에 예산 낭비가 심하고 국가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서 그는 90년대 말부터 행정효율성 증대를 목청껏 외쳐왔다. 원가 개념을 예산 책정과 지출에도 폭 넓게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쳐왔다.

박 사장은 “공직사회에는 과정만 이상이 없으면 예산이 100억 원이 들든, 200억 원이 들든 신경 안 쓰는 관행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행정에 경영효율성과 원가 개념을 (폭 넓게) 도입해서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고, 국민수혜 등 외부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독서광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실제로 초등학교 시절 삼국지를 6번이나 읽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책에 파묻혀 지내왔다. 그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요즘에도 능행스님 저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 법정스님의 ‘무소유’ 같은 수필집을 읽는 등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책을 행정효율성 제고 및 경영 개선과 관련해 다양한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박 사장은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도 남다른 면이 있다. 그는 ‘세상 일은 열정있는 사람이 만들어 낸다’는 신념에서 지금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으며 공사 직원들에게도 자기 업무에 애정과 자존심을 가질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오는 2017년까지 제2터미널을 건립하고 2020년까지 복합리조트를 각각 조성하는 사업과 관련해 최근에는 인천공항을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이나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처럼 세계적인 항공·공항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복합단지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인천공항을 단순한 공항 운영 공기업에서 항공·공항 전문그룹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방안을 고심 중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을 국회의원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일부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박 사장. 그는 그러나 “인천공항이 중국에 인접한 만큼 현재 연간 1억여 명인 중국 방문 외국인 여행객이 2020년이면 4억 명으로 늘어날 것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앞으로 공항 접근 대중교통망을 개선하고 세계 공항 종사자를 가르치는 공항대학원 등 교육기관을 서둘러 건립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 이상원 부장 (전국부)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