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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5년 12월 18일(金)
난해한 현대물리학으로의 ‘친절한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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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사 랜들은 인간이 과학적 사고로 문을 꾸준히 두드리면 막막한 미지의 세계를 지식의 영역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가 1774년 그린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사이언스북스 제공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현대과학 첨단이론 쉽게 설명
천재과학자들의‘사고법’예시

‘門’ 무지와 지식 사이 경계 상징
직관 아닌 실험 통해 우주 탐구
이론 하나로 모든 현상 설명못해

거리·에너지 스케일따라 界 나눠
과학,구체현상 풀이할 이론 찾는것


오늘날 과학은 시민의 진짜 교양이다. 우리는 급진적 과학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전에는 인간이 감지할 수 없었던 영역이 관측이나 실험을 통해 드러나면서, 거시적으로든 미시적으로든, 인간이 세계를 이해해온 기본 틀이 무너지는 중이다. 신의 입자인 힉스를 찾아 우주의 가장 근본적 구조를 알아내려는 인간의 오랜 노력은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지대 지하에 ‘대형강입자충돌기(LHC)’를 만들어냈으며, 여기에서 벌어진 실험의 결과는 물리학 이론에 새로운 차원을 열고 있다. 우주의 수수께끼가 차례로 해명되면서 우주관의 패러다임 이동이 눈앞에 다가서 있으며, 그에 따라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 역시 근본적으로 혁신될 가능성이 높다. 시민들 사이에서 현대과학의 첨단이론을 이해하려는 열망 역시 같이 높아지는 중이다. 책의 세계 역시 이에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김대식의 빅 퀘스천’ 이후 올해 내내 끔찍할 정도로 난해한 현대과학의 세계를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면서 독자들 사랑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과학책이 이렇게 많이 출간된 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풍요로웠다.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그 절정이자 백미에 해당할 것이다. 이 책은 ‘과학의 과학’인 현대물리학의 정수를 소개하는 ‘교양의 교양’인 동시에 갈릴레이 이래로 우리의 세계 이해를 뒤흔들어놓은 천재 과학자들이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알려주는 ‘과학적 사고법’ 또는 ‘과학적 창조성’의 훌륭한 사례집이기도 하다.

제목부터 설명하자.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밥 딜런의 노래 제목에서 왔다. 더 멀리는 성경에서 유래했다.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종교와는 관계가 없다. 이 책에서 문은 무지와 지식 사이의 경계를 상징한다. 종교나 예술과는 달리 과학은 물리세계에 근거를 두고 정확하게 질문하고 합리적으로 탐구하면서 사실과 논리에 근거를 두고 엄밀한 지식을 구축한다. 추측이나 직관이 아니라 실험을 통해서 반복하면서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하는 이성의 시도이다. 무지에서 앎을 구하고자 하는 인간적 노력의 총체이다.

이 책에서 LHC는 그 상징이다. 이 책은 LHC가 이룩된 역사와 거기에서 벌어지는 실험들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설명하는 방식으로 현대물리학의 쟁점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빅뱅에 가까운 에너지를 구현한 이 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한다. 가령, LHC에서 생성된 블랙홀이 지구를 종말에 빠뜨릴지도 모른다는 염려 말이다. 물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블랙홀이 생성될 확률은 너무 낮고, 생성되더라도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리사 랜들은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로 ‘비틀린 여분차원’ 이론을 발표해 전 세계 이론물리학계를 이끌고 있으며, ‘타임’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도 선정되는 등 노벨물리학상에 가장 가까운 과학자로 평가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는 입자물리학과 광대한 세계를 다루는 우주론을 서로 연결해 가면서 아름답게 설명한다. 익히 알 듯이, 두 세계를 설명하는 물리법칙은 서로 다르다. 우주론의 세계는 중력의 법칙으로, 입자물리학의 세계는 양자역학으로 대개 설명된다. ‘스케일’에 따라서 서로 다른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인간은 흔히 ‘휴먼스케일’에 따라서 사고한다. 자신이 일상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세계를 기준으로 더 거대한 세계든, 더 미세한 세계든 설명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리사 랜들에 따르면, ‘휴먼스케일’을 잘 보여주는 단위가 바로 미터(m)이다. 인간이 태어났을 때의 크기와 유사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지구 위 세계는 미터 정도의 단위로 설명할 때 쉽게 이해된다. 그러나 원자나 쿼크 같은 기본 물질이 있는 미시세계는 인간이 살아가는 휴먼스케일의 세계와 전혀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크기나 에너지 스케일이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중력이 무시할 정도로 아주 약한 힘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반대 방향은 어떨까?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는 휴먼스케일의 세계에서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고려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따라서 높은 곳에서 공을 떨어뜨리면 반드시 떨어진다는 예측은 불확정성 원리와 상관없이 완전히 과학적인 것이다. 가장 작은 것들을 지배하는 법칙은 가장 큰 것들을 지배하는 법칙과 서로 모순되지 않고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스케일’에 따른 사고법이 바로 과학의 사고법이다.

저자는 이를 ‘유효이론’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우리가 찾는 답이 무엇이냐에 따라 적합한 스케일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현상에 관계되는 거리와 에너지의 크기에 따라 그 현상을 범주화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하나의 이론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려는 야심을 품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시크릿’의 경우처럼 불확정성 원리를 인간 세계에 아전인수식으로 끌어들여 보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거리와 에너지의 스케일에 따라 계를 나누고 구체적이고 특이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우주 전체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고 과학은 진보한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은 과학적 사고와 유사과학적 사고를 분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독자들한테 제공하는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한다.

장은수 출판평론가·순천향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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