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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5년 12월 21일(月)
민노총, 모든 노동자 代辯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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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과유불급(過猶不及), 갈수록 민심과 멀어지는 강경 투쟁 일변도의 민주노총 지도부가 깊이 새겨 생각해야 할 경구(警句)다. 요즘 민노총의 행보를 보는 일반 시민은 과연 그들이 누구를 위해, 또 무엇을 위해 이처럼 도(度)를 넘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조계사에 피신 중이던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에 대해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2000만 노동자의 대표인 한상균 위원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한 위원장 역시 입만 열면 자신이 ‘2000만 노동자’의 대변자(代辯者) 자격으로 투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연 그러한가?

지난해 고용노동부 집계 기준으로 전체 노동조합원 190만5000명 중 민노총 조합원은 63만1000명으로, 33%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임금 근로자 1931만 명을 기준으로 보면 3%에 불과하다. 민노총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2012년 민노총 조직을 살펴보면 공무원, 공공기관, 전교조, 대학병원, 은행 등 공공기관 소속의 노조원이 31만6000명에 이른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조합원이 이른바 철밥통, 신의 직장이란 시샘과 부러움을 받는 공공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금속노조 역시 민노총 소속이다. 과연 이들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근로자들을 대표하고, 근로자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민노총은 거의 모든 국가적 현안이나 사회적 이슈를 투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마디로 근로자의 권익보다는 대정부 투쟁에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민노총은 1997년 국민승리21을 창당했고, 2000년에는 민노당 창당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처럼 이미 정치세력 또는 정치 조직화돼 있는 민노총은 내부적으로 정파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고 한다. 이슈의 선점과 선명성 경쟁이 가열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세가 약한 정파일수록 지도부를 차지하기 위해선 더욱 과격하고 선동적일 수밖에 없다.

민노총 간부들 중에는 ‘계급론’의 낡은 이념적 프레임에 갇혀 있는 이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강경 일변도의 투쟁 행태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경찰청이 밝힌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 간 전국에서 벌어진 불법·폭력 시위 492건 중 민노총이 개최하거나 다른 단체와 연대해 벌인 경우가 342건(65%)에 이르고, 올해 발생한 폭력 시위 23건 중 21건(91%)을 민노총이 주도하거나 참여한 것이라고 한다.

과거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던 시대에는 법적 절차보다는 물리적 투쟁을 통해 근로자의 권익을 쟁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사회가 폭력적 시위 말고는 시민들에게 근로자의 권익을 호소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제도적 장치나 사회적 감시망이 미비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감할 수 없는 주장과 폭력적 강경 투쟁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민심에서 멀어질수록 민노총은 더욱 고립되고 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민노총이 다시 세를 넓히고 투쟁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민심을 얻는 게 필수다.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민심을 이해해야 한다. 향후 어떠한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민노총이 2000만 근로자의 대표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근로자들의 짐이 될 수도 있다. 민노총 지도부는 지금 우리 사회가 민노총에 대해 무엇을 바라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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