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전공醫 편중… 고수익 ‘피·정·재’ 뜨고 고위험 ‘내·외·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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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학년 레지던트 지원 현황
피부과 지원율 151.4% 1위
내과·외과·비뇨기과 등 미달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정부 인센티브 제공에 반등

원가보상률·건강보험제도 등
왜곡된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최근 의료계에는 ‘내외산소’와 ‘피안성’은 지고 ‘정재영’이 뜨고 있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고 있다. 의료 전문과목의 약자로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의 시대를 지나 상대적으로 일이 덜 고되면서 봉직의(월급의사)-개원의 전환도 쉬운 ‘정재영(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이 뜨고 있다는 의미다. 의대생이 의대를 졸업하고 나면 자신의 주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위 인기과에만 몰리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인기과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은 인기과로 통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인기가 좋았다가 다시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등으로 유행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남의 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특정 전문과목을 선택하는 의사가 없게 되면 특정 전문질환을 치료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과를 전공하는 의사가 줄어든다면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올해는 피부, 정신, 정형 인기 = 전문과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사의 교육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의사는 6년 과정의 의대를 졸업하거나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와 의사국가면허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그러나 이는 ‘일반의’로 대부분 의사들은 세부 전문진료를 하는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곳에서 주 전공을 선택해 4년간 전문 교육을 받는다. 이들의 신분을 전공의, 또는 ‘레지던트’라고 표현한다. 즉 ‘일반의’로서 전문과목을 훈련받게 되는 것이다. 4년간의 전공의 생활을 마친 뒤 전문의 시험을 통과하면 비로소 전문과목 의사가 되는 것이다.

인기과와 비인기과로 구분되는 것은 일반의들이 세부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학년도 전기 레지던트 지원 현황을 집계한 결과 총 정원 3158명 중 3352명이 지원해 지원율 108.5%를 기록했다. 전체적 지원율은 초과했지만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에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내과·신경외과·외과 등 9개 과목은 미달했다. 피부과가 총 71명 모집에 111명이 지원해 151.4%의 지원율로 가장 높았으며, 정신건강의학과(150.4%), 재활의학과(148.6%), 정형외과(141.8%), 성형외과(128.4%) 순으로 높았다. 반면 내과는 575명 모집에 541명이 지원해 94.3%로 미달했으며, 신경외과(87.0%), 외과(82.4%), 진단검사의학과(78.0%), 방사선종양학과(66.7%) 등도 미달을 기록했다. 흉부외과(46.8%), 핵의학과(45.5%), 비뇨기과(30.0%)는 지원율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과거 인기 진료과였던 비뇨기과의 하락이 눈에 띈다.

◇수익+안정성이 대세 = 전공의들이 몰리는 인기과들은 환자가 많이 몰리고, 위험부담이 덜한 진료과로 요약될 수 있다. 피부과 성형외과는 최근 과도한 경쟁으로 주춤한 편이지만 여전히 고수익을 올리는 진료과로 평가받으면서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안과도 최근 시력교정 수술 등이 주목받으면서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진료과로 떠올랐다. 정신건강의학과와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등은 진료수익도 꾸준하면서 외과계열에 비해 고난도 수술도 많지 않아 의료사고 부담도 덜한 진료과로 분류돼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전공의 미달사태를 기록한 신경외과, 외과, 흉부외과 등 외과계열 진료과는 고난도 수술이 많아 다른 진료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도 고되며 의료사고 위험 등에 노출돼있다. 또 업무량에 비해 대우도 열악하고, 동네의원을 찾을 만한 가벼운 질환자들이 많지 않은 탓에 개원 메리트도 떨어져 의대생들의 기피대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들어 비뇨기과의 하락세도 뚜렷하다. 과거 중년 남성들이 몰려 인기 진료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들어 발기부전치료제와 건강보조식품의 개발과 함께 비뇨기과 내원에 대한 기피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선호도가 떨어진 진료과목이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도 저출산 시대를 맞아 비인기과로 취급받고 있지만, 최근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면서 반등하는 분위기다. 2016년도 레지던트 모집에 소아청소년과는 123.1%의 지원율을 보였고, 산부인과도 100%로 모집정원을 채웠다. 반면 대표적인 인기과이면서 가장 많은 인원을 모집하는 내과가 94.3%로 미달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이원표 대한내과학회 부회장은 “내과 전공의 미달은 의료계 전체의 낮은 원가보상률과 의료구조의 왜곡 등 수많은 문제에 기인한다”며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책은 의료제도, 그중에서도 건강보험제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