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의사 기피현상 심화… 분만 의료기관 10년만에 반토막

전공의 모집에 불균형이 나타나면 국민 건강이 문제가 될수 있다. 실제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진료과에 의사들의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도서 벽지 등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분만이 가능한 종합병원·병원·의원·조산원 등 의료기관은 전국에 641곳이다. 이는 2004년 분만기관이 1311개에 이르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전국 232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시설이 없어 출산이 어려운 지역은 55곳에 달했다. 출산율이 떨어진 점도 있지만, 수년째 의대생들이 산부인과 전공을 기피한 것도 주된 원인이다. 분만과정에서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고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탓이다. 결국 산부인과 의사가 없어 해당 지역 거주민이 출산을 하려면 다른 지역으로 원정출산을 떠나야 한다. 비단 산부인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과나 흉부외과 등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와 수술을 받으러 오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문 과목 의사들을 균형 있게 배출해야 한다.

비인기 진료과에 대한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현재보다 강한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현재 산부인과 지원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 분만 수가를 올리고, 흉부외과와 외과의 고난도 수술에 대한 수가도 조정하는 등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등은 지원율이 조금 늘어나는 분위기지만 체감할 수준은 못되고, 흉부외과는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또 대표적인 진료과인 내과도 미달사태를 경험하는 등 비인기 진료과가 다른 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외과 중심으로 수가 인상을 진행하면서 상대적으로 내과계열의 박탈감도 나타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고난도 수술 등 의료의 본질은 변화할 수 없으니 난이도에 맞는 수가와 진료환경 개선만이 특정과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며 “정부가 지금도 단계적으로 수가 조정을 하고 있지만 꾸준히 개선해 젊은 의사들이 균형 있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학회·병원들이 이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발표했지만, 수년째 외과계 기피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해당 과의 미래를 보고 지원하는 만큼 단기적인 대책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