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시작하는 책>많이 가질수록 행복?… ‘물질적 소유’ 대신 ‘체험적 소유’에 빠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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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유증후군 / 제임스 월먼 지음, 황금진 옮김 / 문학사상

우리는 많은 것을 소유할수록 더 행복하다고 당연히 믿는다. 물질만능 사회가 낳은 삶의 태도다. 과연 맞는 얘기일까.

미국의 언론인이자 문화예측 전문가인 저자는 물리적 소유가 더 이상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과도한 소유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불안감, 스트레스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이 같은 ‘과포화 잡동사니 현상’이 나타난 원인을 저자는 소비중심주의 사회에서 찾는다. 저자는 먼저 컬킨스의 획기적인 두 가지 발상을 그 예로 든다. 컬킨스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과잉생산보다 과소소비가 더 큰 문제라고 보고, 획기적인 두 가지 발상을 제기한다. 첫째는 오래 버틸 수 있는 물건이 아닌 일정한 기간만 사용하면 고장 나게 되어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 소비자들을 낭비하고 과시하기 좋아하는 소비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의 기획에 따라 일회용 소비문화가 습관처럼 자리 잡는다.

책은 물질만능주의 삶의 대안으로 ‘체험주의’를 제시한다. 저자는 톰 길로비치와 리프 밴 보벤 두 심리학자의 체험과 소유에 관한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물질적 소유’가 아니라 ‘체험적 소유’다. 심리학자들은 체험이 행복에 기여하는 다섯 가지 이유로 긍정적 재해석, 체험의 지속성, 비교의 어려움, 정체성에 기여, 타인과의 관계 지향을 제시한다.

체험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물리적 실체를 소유하는 대신 그러한 실체를 접하게 해주는 서비스에 가입한다. 직장은 ‘단순히 매일 일하러 가는 장소가 아닌 ‘체험’하러 가는 장소’로 변한다. 여가도 체험적 세계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해주는 사하라사막 마라톤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선호하게 된다. 공구도서관 등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공유 프로젝트도 급증한다.

‘체험주의자’들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얼마나 많이 체험했느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체험주의가 확산하면 ‘적게 갖고 더 많이 활동함으로써 우리는 모든 면에서 전보다 더 행복해지고, 건강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잡동사니, 후회, 불안감은 줄어들고 삶의 의미, 집중력, 내재적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월먼은 체험주의의 ‘확산’과 ‘전도’의 공을 소셜미디어로 돌려 눈길을 끈다. 소셜미디어는 체험을 ‘가시화함’으로 체험을 더 쉽게 공유하게 만들고 가치화한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체험’의 가시성은 어느 정도 지위불안을 가져오지만 행복에 더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