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창업 성공記>“유학이든 취업이든 중국 미리 겪어봐야 창업 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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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베이징 5人 좌담

김지훈 S뮤직·파티몬 대표
안승해 스피킹맥스 중국 사업본부 대표
정혜미 플러스원 대표
신동현 덱스트리 대표
장하늘 비브르비 대표
사회 = 박세영 특파원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체인 중국에서 중국 ‘촹커(創客)’들과 함께 꿈을 만들어 가고 있는 한국인 창업자들이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5명의 청년 창업자들은 경력과 배경이 다양했고 창업 스토리도 가지각색이었지만 중국 시장의 매력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중국에서 창업을 한다고 막연한 꿈을 가지고 넘어오기보다는 유학이든 현지 취업이든, 전 단계를 통해 중국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제언했다. 좌담은 각종 외국계 기업들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속속 들어와 제2의 중관춘(中關村)으로 떠오르고 있는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에 위치한 소호의 비비고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이뤄졌다. 이들 중 중국 유학을 거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중국과 인연을 맺은 지 10년 안팎이었고 모두 중국어 소통은 자유로운 편이었다.

김지훈(34) S뮤직·파티몬 대표는 “생계형 사업가”라고 소개하며 문화 콘텐츠 사업에 관심을 표시했다. ‘중국의 미래를 보고’ 건너온 안승해(41) 스피킹맥스 중국 사업본부 대표는 중국 사업을 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답답하고 아쉬운 면들을 지적했다. 중국 유학 중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 창업을 한 지 1년이 채 안 된 정혜미(33) 플러스원 대표는 제작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IT 대기업의 베이징 주재원에서 IT 분야 사업가로 변신한 신동현(37) 덱스트리 대표는 “중국에서 한국의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공간이 크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10대를 보내고 한국에서 패션 분야를 전공한 뒤 중국에 다시 돌아와 디자이너 편집매장 비브르비를 연 장하늘(31) 대표는 “중국은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곳”이라며 패션 분야에서 중국의 가능성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중국의 장점은.

△신동현=시장 자체가 워낙 큰 것이 장점이다. 한국 내에서 규모가 가능할 만한 비즈니스는 대기업이 하고 스타트업이나 중소업체는 대기업이 하는 일을 도와주는 하청기업을 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중국은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점은 확실한 매력 요소다.

△장하늘=패션의 경우 한국이 조금 앞서 나아간 길을 중국이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미 정착한 모델이지만 중국에는 이제 막 시작한다는 점이 나로서는 기회이자 장점이다. 예를 들어 3년 전 디자이너 편집매장을 열 때까지만 해도 중국에는 이 같은 개념 자체가 없어서 처음에는 오는 고객들에게 설명하면서 옷을 팔았다. 3년이 지나 매장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서 이제 중국에도 편집매장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김지훈=한국에서 사업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오히려 외국이라는 환경이 개인적으로는 도움이 된 것 같다. 내 경우 지방대를 나왔는데 한국에서는 학력이나 지연 등이 오히려 걸림돌이 됐을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내가 서울에 있는 학교를 나왔는지 아닌지 한국에서 어느 동네에 살았는지는 전혀 관심거리가 아니다. 중국인에게는 한국인이라는 점이 특이점이고 여기 나와 알게 된 한국분들도 외국이라는 환경에 함께 처해 있다 보니 편견 없이 많은 도움을 주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중국 사업에서 어려운 점, 특히 외국인이기 때문에 느끼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신동현=처음에는 한국인이 뭘 한다고 하면 중국인들이 조금 더 호의를 갖고 바라보는 ‘한국인 프리미엄’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아무래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인보다 뒤에서 출발한다는 측면도 있고 각종 법, 규제 상의 장벽도 많이 있다.

△정혜미=외국인이라는 신분은 사실상 많은 한계가 있다. 외자(외국자본)법인으로 해야 경영이 안정적인데 외자법인으로 하면 중국 내 사업에서 많은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합자(내·외국협력자본)나 내자(내국자본) 기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명의를 중국인 파트너와 함께하거나 파트너 명의를 쓰기 때문에 나중에 위험이 있다.

△김지훈=중국에서 사업을 한 지 5년이 넘었지만 항상 불안함을 가지고 산다.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 위기감이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한다. 중국인에 비해 외국인은 중국 시장 진입 장벽이 확실히 높은데 갈수록 중국인들과 관계를 만들기는 어려워진다.

△장하늘=중국과 한국이 다른 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중국에 아직 없는 것이 한국에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을 때 중국인들의 취향과 눈높이에 바로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중국인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부분이 과제다.

―중국에서 경험이 대부분 있는데 창업에 도움이 됐는지.

△김지훈=직장생활로 중국 생활을 시작한 것인데 창업 전 지하방에서 6개월 동안 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창업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한 달에 18만 원 정도 쓰고 악착같이 살았는데 그 ‘지하 세계’에서는 내가 유별난 사람이었다. 외국인이 범죄에 연루돼 도피하거나 여권이 말소됐거나 하지 않는 이상 그런 데 사는 경우는 없으니까. 거기는 농민공도 있었고 의외로 나 같은 젊은 회사원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만난 젊은 중국인 친구들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었고 거기서 중국의 저력을 봤다.

△신동현=중국에서 경영대학원(MBA)을 다니면서 중국 친구들을 사귄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됐고 든든한 네트워크가 됐다. 대부분 여기서 사업을 하고 있고 이제는 사업 자금도 빌려주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다. 중국인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됐다. 수년 전이었다면 중국에서 학교를 다닌 것이 별로 쓸 데 없었다고 답했겠지만, 사업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 보니 그 네트워크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당시 팀장급이었던 친구들이 지금은 총경리(사장), 기업의 대표가 돼 있다.

△정혜미=중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당연히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도 중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일이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언어는 기본이고 문화적인 이해, 중국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한국 상황을 비교해 본다면, 혹은 중국 사업과 관련해서 한국 기업들에 대해 느낀 점은.

△장하늘=한국은 패션시장이 일률적이다. 좋은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인지도가 떨어진다거나 알아주지 않고 그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고 그게 아쉬웠다. 나 자신도 디자이너 생활을 하다 보니 디자이너들과 공감을 한다. 그래서 새로운 장소에서, 디자인을 알아주는 곳으로 가자는 생각이 들어서 16명이 협력하는 팀을 만들었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을 중국에 소개하는데 중국인들은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고 평가해준다.

△안승해=한국에서 창업 경진대회에서 1등을 했다 해도 중국 상황은 다르다. 와서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 기업과도 함께 일을 하는데 한국 대기업의 한계를 느낀다. 중국 측은 바로 결정이 이뤄지는데 한국 대기업은 실무자가 이해를 하면 그 위에 부장급, 이사급 3단계를 이해시키고 통과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바뀐다. 그러면 다시 얘기해야 한다. 그 뒤에 기업에서 프로젝트 관련 법인이 있으면 또 실무자와 책임자가 있다. 이 다섯 명의 단계 중 한 단계라도 어긋나면 일은 추진되지 않는다. 또 진행되다가도 사업부가 바뀌기도 한다. 결국 한국 대기업들이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시기를 놓치는 것을 많이 봤다. 한국이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비교우위는 화장품과 문화 콘텐츠 분야인 듯하다. 이제 IT마저도 한국이 중국보다 늦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늦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위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비유를 하자면 중국은 2000년에 출발한 초고속 열차다. 한국은 그때 중국 앞에서 달리고 있던 무궁화호다. 이미 2008년쯤에 이미 추월당했는데 옆에서 지나간 것을 못 보고 예전에 뒤에서 출발한 것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젊은이들이 중국에서 창업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동현=단순히 취업이 안 되니 해외에서 창업을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희망고문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최근 중국 인터넷 관련 영역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문화 쪽은 수혜를 받고 있다. 괜찮은 기업에 취업하면 중국 특성상 경력 쌓아서 다시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할 수도 있고 3∼5년 일하다가 창업하는 것도 가능하다. 10년을 내다보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한국은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중국에 나와서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한국 산업도 이제 다 중국 중심으로 개편될 것으로 본다. 나도 한국에 있는 모든 가족들에게 중국어 공부하라고 한다. 한국의 인재들이 중국에 와서 능력을 발휘할 공간이 많다. 경력과 업무 능력이 있으면서 중국어가 되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많다. 한국의 기업 문화는 수직적이고 정형화돼있는 데 비해 중국 기업들은 수평적이고 발전의 여지가 많아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공간이 큰 것 같다.

△안승해=한국 창업 기업들의 중국 진출에 대한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창업해서 몇 년 된 사람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싶다고 문의해오면 우리가 파트너가 돼 줄 수도 없고 답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5년, 10년 뒤를 내다보고 중국에서 취업하기를 목표로 삼으면 어떨까 한다. 국가 차원에서 예를 들어 ‘10만 중국 기업 취업하기’ 같은 것이다. 중국은 달리는 기관차다. 어찌 됐든 기회가 한국보다 많다. 중국 기업에서 일을 해 봐야 그다음 단계를 고민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앞 단계를 말하자면 유학도 방법이다. 언어는 기본이다. 또 중국이 급성장하다 보니 어떤 기업은 한국의 웬만한 기업보다 대우도 좋다. 예를 들어 바이두라든지 급성장하는 IT 기업의 경우 승진도 무척이나 빠르다. 창업뿐 아니라 민간 기업 내 취업을 해서도 기회는 한국보다 더 열려 있다.

△장하늘=패션계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패션 시장이 크고 급성장하는데 이에 걸맞은 인재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에서는 그 조건에 맞는 인재들이 넘쳐난다. 디자인 분야에서 한국인들이 경쟁력이 있다. 물론 언어가 된다는 것이 전제다.

베이징 = 글·사진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