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최고 기대작은 뮤지컬 ‘마타하리’ 연극 ‘렛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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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티켓전쟁 막 올랐다…

‘숨 고르기’를 끝낸 듯하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지난 2년간 공연계는 제작 취소, 공연 기간 축소 등 새로운 대작을 보기가 힘들었다.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올해엔 비교적 대작이 많다. 뮤지컬에선 250억 원이 투자된 블록버스터급 ‘마타하리’를 비롯해 서태지의 음악으로 구성될 ‘페스트’, 영화로 각인된 ‘벤허’ 등이 눈에 띄고, 스웨덴 영화를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렛미인’과 독일 극단이 내한해 선보이는 입센의 ‘민중의적’, 박범신의 소설로 이미 영화화된 ‘은교’ 등 연극 무대에도 다채로운 신작들이 대거 준비 중이다. 이미 공연 애호가들은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 자세에 돌입했다. 관계자들의 수첩 속에도 예매 리스트가 빼곡하다. 2016년, 기대되는 뮤지컬과 연극을 한눈에 살펴보자.

◇마타하리·페스트·벤허… 뮤지컬, 대형 창작 3파전 = 문화일보가 ‘올해의 공연’(2015년 12월 29일자 24면 참조)을 선정하며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연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EMK뮤지컬컴퍼니의 야심작 ‘마타하리’를 올해 가장 기대되는 뮤지컬로 꼽았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인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 혼이 음악을 맡았다. 압도적인 추천 이유에는 250억 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도 한몫했다. 옥주현과 김소향이 주인공 마타하리 역에 발탁됐다.

서태지(음악)와 카뮈(원작), 그리고 박칼린(연출)이 만났다. ‘페스트’는 가수 서태지의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로 7월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이방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페스트’를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대형 창작 뮤지컬 삼파전의 마지막은 충무아트홀이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또 한 번 선보이는 ‘벤허’다. 영화로 각인된 웅장한 이미지를 어떻게 무대화할지 주목된다.

‘스위니토드’ ‘뉴시즈’ ‘아마데우스’ 등 라이선스와 내한공연도 눈길을 끈다. 6∼10월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선보이는 ‘스위니 토드’는 전위적 무대 언어로 유명한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이다. 2007년 국내 초연 후 9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뉴시즈’는 신작 라이선스로, 올해 4월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개막한다. 뉴욕의 신문팔이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디즈니 뮤지컬로, 2012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아마데우스는 2012년 화제를 모은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새로운 이름. 프랑스 오리지널 팀이 최초로 내한해 공연을 펼친다.

이밖에, 드디어 초연 후 첫 재공연 무대를 올리는 ‘위키드’와 6∼7월 LG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하는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사진), 연말에 개막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디가드’도 놓쳐선 안 될 작품들이다.

◇‘렛미인’ ‘민중의 적’ ‘은교’… 연극, 입센부터 박범신까지 = 라이선스 연극 ‘렛미인’은 공연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올해 가장 기대하는 연극으로 꼽은 작품이다. 동명의 스웨덴 영화(2008)를 바탕으로 하는데, 연극은 2013년 스코틀랜드에서 초연했으며, 비영어권에서 무대화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이끄는 독일 샤우뷔네 극단의 ‘민중의 적’도 첫 내한공연을 펼친다.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헨릭 입센(1828∼1906)의 사회문제극으로,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노르웨이에서 21세기 베를린으로 바뀌었다.

작가 김영하의 소설 ‘빛의 제국’은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 한국과 프랑스 연극인들의 공동 작업으로 무대화된다. 올해 ‘스플렌디즈’에서 영화적인 화려한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은 프랑스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출, 프랑스 현대작가 발레리 므레장이 각색했다. 서울 공연 이후 5월 프랑스 오를레앙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올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각종 연극·연출상을 휩쓴 고선웅 연출이 창작 신작 ‘한국인의 초상’(가제)으로 다시 한 번 국립극단과 호흡을 맞춘다.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진보를 거듭해 온 현대 한국사회가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개인과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조명한다.

박범신 작가의 장편소설 ‘은교’가 영화에 이어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예술적 천재성을 지녔으나 늙어버린 육체의 노시인과 결코 예술가가 될 수 없는 젊은 제자 그리고 이 두 남자 사이에 놓인 열일곱 소녀를 통해 욕망과 사랑, 동경과 갈망, 근원적인 외로움을 고찰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