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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6년 01월 12일(火)
코러스 사이에 주연급이 숨어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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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군중 신.
▲  이 작품에서는 박준면(테나르디에 부인), 조정은(팡틴), 민우혁(앙졸라·오른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등 주역 배우들도 앙상블 속에서 ‘배경’을 만든다.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뮤지컬 레미제라블 또다른 재미 ‘앙상블’

“1막 공장 장면에 테나르디에 부인(박준면)이 앙상블로 나오는 거 맞나요?” “팡틴(조정은·전나영)이 자베르(김우형·김준현)에게 잡힐 때 옆에 서 있는 병사 중 한 명이 앙졸라(민우혁)를 닮은 것 같던데….”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레미제라블’. 요즘 공연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 작품 속 앙상블(코러스 배우, 주·조연 뒤에서 화음을 넣거나 춤과 배경을 만든다)에 숨은 주역 찾기가 화제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30년 이상 공연 중인 ‘레미제라블’은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가 히트시킨 ‘캣츠’,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매킨토시의 엄격한 제작 방식으로 인해 영국, 미국, 호주, 일본 등 세계 어느 곳에서 공연해도 늘 ‘고품질’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잘 되는 집’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그중 하나가 바로 주역 배우의 앙상블 투입이다. 주요 등장인물 9명 중 장발장과 자베르를 뺀 7명은 자신의 역할 외에 전원 앙상블로도 ‘뛴다’. 한국 대형 뮤지컬에선 전무한 사례. 구본춘 ㈜레미제라블코리아 제작팀 실장이 ‘앙상블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관객들의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도록 극히 일부만 공개한다.

레미제라블엔 총 49개의 장면이 있다. 구 실장에 따르면 주역 배우들은 본래 역할 외에도 적게는 4개, 많게는 7개 신에 등장한다. 체구가 큰 박준면(테나르디에 부인)은 관객들이 가장 빨리 알아차리는 앙상블이다. 배우 자체의 존재감도 크지만, 1막 세 번째 장면에서 일찌감치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팡틴(조정은·전나영)과 함께 일하는 공장 노동자 중 한 명으로 나오는 박준면은 1막 중반부에 제 자리(테나르디에 부인)를 찾는다. 한국 프로덕션만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전세계 모든 레미제라블 공연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구 실장은 “영국·미국·일본 등 모든 라이선스 레미제라블 공연에서 테나르디에 부인은 앙상블인 공장 노동자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팡틴, 앙졸라, 에포닌, 코제트, 마리우스가 앙상블로 나오는 장면과 역할, 위치는 (라이선스에 한해)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다. 1막 중반부에 죽음을 맞이하는 팡틴 역은 국내 톱 배우인 조정은과 전나영이 맡았다. 이들에게도 앙상블 규칙은 예외가 없다. 팡틴은 장발장이 성당에서 은식기를 훔쳐 나오는 장면의 군중 속에 숨어 있고, 바리케이드 신에서는 한쪽 구석에서 감자를 깎고 짐을 옮긴다. 구 실장은 “톱 배우들이 수차례 앙상블로 등장하는 건 한국에선 거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배우들의 불만이나 거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개별 배우의 부각보다 전체적인 밸런스, 즉 ‘큰 그림’을 중요시하는 연출 방식을 모두 인정하고, 작품을 배려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가장 많이 수고(?)하는 건 앙졸라(민우혁)다. 총 7번 앙상블로 입·퇴장해 체력 소모가 크다. 대부분의 군중 장면뿐만 아니라 팡틴이 사창가에서 자베르에게 체포될 때 자베르를 호위하는 키가 큰 병사로도 나온다. 이때 코제트의 연인이자 앙졸라의 ‘혁명 동지’ 마리우스(윤소호)가 또 다른 병사인 건 공연 ‘좀’ 보는 마니아들만 안다. 이밖에 에포닌(박지연)과 코제트(이하경)도 ‘시민들’로 쉴 새 없이 무대 위에 오르고 내린다. 거적때기를 쓰는 등 의상과 분장을 달리해 두 사람을 찾아내기는 그리 쉽지 않다.

장발장 역 배우 출신으로 지금은 레미제라블의 영국 연출가인 크리스토퍼 키는 레미제라블에 대해 “진정한 앙상블의 작품”이라며 이 ‘앙상블의 비밀’을 관전 포인트로 꼽기도 했다. “장발장과 자베르를 제외한 모든 배우들은 공연 곳곳에 앙상블로 합류하는데, 첫눈에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작품에 혼자만 돋보이는 주인공은 없다. 장면마다 앙상블 배우들의 역할은 어마어마하다. 그들이 쏟는 노력을 눈여겨봐 달라.”

7명 중 일부 배우들은 앙상블 경험이 없이 데뷔 때부터 주·조연급으로 활동했다. 구 실장은 “주역 배우들이 앙상블의 움직임을 알게 되는 등 배우는 게 많다고 한다. 힘들지만 재미를 느껴 더 열심히 한다는 게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제작자의 효율적 인력 활용이자 영리한 연출이지만 배우들의 협업을 강조해 전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것. 그래서일까. 초연과 이번 재연에서도 장발장이 된 정성화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레미제라블 배우들에겐 전우애가 있다.” 공연은 3월 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1544-1555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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