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유창희 교수의 똑똑한 요리교실>청국장찌개 냄새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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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찾는 국물음식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청국장찌개이다. 된장과 달리 청국장은 2∼3일 만에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푹 삶은 메주콩 사이사이에 가을에 추수하여 얻은 볏짚을 넣고 따뜻한 이불 속에 묻어두면 청국장이 완성된다.

쌀이 쌀나무에서 열린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 오늘날에 볏짚은 생소한 단어일지 몰라도 볏짚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에게 벼는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존재다. 쌀을 털고 남은 볏짚에는 야생의 고초균(枯草菌) 중 바실루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라는 균이 있는데 이 균은 단백질분해효소를 생성하여 콩을 분해한다. 더욱이 날콩보다는 삶은 콩이 단백질분해효소에 의해 잘 분해되기 때문에 청국장이나 메주를 만들 때 콩을 푹 삶는다.

바실루스 서브틸리스균은 40도 전후에서 잘 자라 청국장을 발효시킬 때는 따뜻한 곳에서 보온해야 한다. 청국장을 숟가락으로 떴을 때 끈적끈적한 실이 많이 만들어지면 잘 발효됐다고 판단하는데 이 끈적한 점액질 물질은 글루탐산의 중합체와 과당이 중합된 프룩탄(fructane)의 혼합물이다.

그런데 청국장 하면 역시 문제는 그 특유의 향이다. 구수하고 쿰쿰한 청국장의 냄새는 콩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긴 단백질 분해물질들로 인한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우리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진한 냄새’의 주범은 발효 중 생성된 암모니아다. 우리가 모처럼 청국장찌개를 끓이면 집 대문을 열기도 전부터 냄새로 알 수 있다.

냄새가 적게 나도록 청국장찌개를 끓일 수는 없을까. 방법은 양파, 호박 등의 채소를 썰어 멸치와 다시마로 맛을 낸 밑국물에 넣고 끓이다가 얼린 청국장을 넣는 것이다. 채소를 먼저 밑국물에 넣고 끓이면 채소의 맛이 잘 우러나와서 청국장을 넣고 오랫동안 가열하지 않아도 되어 청국장의 쿰쿰한 냄새 성분들이 휘발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더욱이 청국장을 냉동하여 이용하면 테트라메틸 피라진, 아세트산, 이소발레르산 등과 같은 휘발성 냄새 성분들이 덜 휘발되어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적게 난다.

테트라메틸 피라진은 청국장의 쿰쿰한 곰팡이 냄새 성분으로 가열 시 향기가 더욱 두드러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청국장찌개를 할 때 오래 끓이면 발효균이 다 죽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 균은 다른 균에 비해 고온에서 자라기 때문에 열에 잘 견디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청국장을 얼린다 하여도 발효균은 죽지 않고 잠시 성장을 멈추고 있을 뿐이니 안심해도 좋다.

유창희(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초빙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