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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6년 01월 13일(水)
‘공룡 박사’ 이융남 “공룡 찾아 삼만리… 車전복·낭떠러지 사고 부지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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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지난 15일 서울대 내 자신의 연구실에서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모형을 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공룡 박사’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영화는 6500만 년 전 지구와 충돌해 대폭발을 일으켜 공룡을 멸종시켰다고 알려진 대형 운석이 다행히 지구를 비켜 지나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후 수천만 년이 지나 현생 인류가 출현한 시기까지 공룡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 시기 동안 진화를 거듭했던 공룡들은 석기시대 인류와 유사한 문명을 만들게 된다. 옥수수 농장을 경영하는 공룡 ‘아파토사우루스’ 가족이 겪는 모험의 이야기다. 지난주 개봉한 미국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원제 The Good Dinosaur)의 줄거리다. 이 영화에서 인간은 언어도 없고 나약한 동물로 등장한다. 최상위 포식자인 공룡이 인간의 역할을 하며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만나 공룡 이야기를 들을 때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티라노사우루스, 타르보사우루스, 나노티라누스, 기가노토사우루스 등의 육식 공룡은 물론, 트리케라톱스, 니게르사우루스, 에이니오사우루스, 세이스모사우루스, 이구아노돈 등 초식공룡의 이름을 줄줄이 외운다. 아이들에겐 공룡이 우상의 동물이 될 때가 많다.

한국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룡 박사가 있다. 이융남(56)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다. 이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텍사스주 서던메소디스트 대학에서 척추고생물학(공룡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룡 박사다. 이 교수를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나 공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룡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구가 생긴 지가 45억 년 좀 넘는다. 사실 우리가 지금 만물의 영장이라며 지구를 지배하지만 실제 인류가 지구에 살기 전에 다양한 생물이 살았다. 과거에 살았던 생물을 공부하는 학문을 고생물학이라고 한다. 화석들이 없으면 과거 지구에 어떤 생물이 살았는지 모른다. 과거에 살았던 생물이 화석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과거 지구에 이상하게 생긴 공룡도 살았다, 더 오래전에는 삼엽충 등 다양한 생물이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룡을 포함해 어떤 생물이든 화석으로 지구에 남아있는 것은 다 중요하고 의미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발견된 화석은 지구에 살았던 화석 중 0.1%밖에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나머지 99.9%는 아직도 지구 지층 어딘가에 묻혀 있다. 그것들을 계속 찾아내고 그것의 의미를 찾고 하는 것이 내가 공부하는 목적이다.”

이 교수는 연세대 지질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공룡 연구를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지질학을 공부한 것이다.

―왜 공룡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많은 생물이 다 흥미로운데 유독 공룡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 이미 멸종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날 살아있는 공룡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에 멸종된 생물에 대한 경외심이 있는 것 같다. 둘째, 공룡은 지구 상에 살았던 가장 큰 동물이다. 티라노사우르스만 해도 길이가 11m나 되고 6t의 몸무게를 갖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가장 큰 포유류 중 고래가 꼽히고 육지에 사는 포유류는 코끼리를 생각할 수 있다. 공룡은 코끼리 몸무게의 20배나 된다. 커다랗고 거대함에 대한 아이들 및 사람들의 경외심이 있는 것 같다. 셋째, 공룡은 굉장히 번성한 동물이다. 공룡은 중생대 2억3000만 년 전에 출현해서 6500만 년 전까지 무려 1억6500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다. 심지어 남극에서도 발견되는 만큼 전 지구에서 살았고 그만큼 지구에 잘 적응한 동물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공룡 화석이 800종 이상 되는데 다 특이하게 생겼다. 아이들이나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종류도 다양하고 생긴 것도 특이하고 어떤 것은 닭만큼 작고 어떤 것은 축구장만큼 크고 이런 생물 다양성 때문에 관심이 더 높은 것 같다. 결정적으로는 살아있는 공룡을 볼 수 없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교수는 공룡에 ‘공’자도 모르고 대학에 입학했다고 했다. 그가 대학에 입학할 때인 1980년대만 해도 공룡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화석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면서 공룡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들은 TV나 영화, 책으로 공룡 자료를 많이 접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그런 자료가 거의 없었다. 공룡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까지도 공룡 흔적이 발견된 적이 없었다. 대학에 가서 화석이라는 고생물학을 전공하면서 ‘왜 우리나라는 공룡 화석이 나오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공룡 연구가 쉽지 않았을 텐데.

“공룡이 살던 중생대 지층이 우리나라에도 굉장히 많이 분포하고 있다. 경남·북, 전남 등 남한 면적의 4분의 1 정도가 다 공룡이 나올 수 있는 땅이다. 그런데 1970년대 초까지도 우리나라에서 공룡화석이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니 굉장히 이상한 일이지만 사실 우리는 공룡화석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에 경남 고성에서 움푹하게 규칙적으로 지층에 찍혀 있는 것들이 공룡 발자국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뒤부터는 이곳저곳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이때가 내가 대학에서 고생물학에 관심을 처음으로 가진 때였고 고생물학을 더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 코노돈트라는 조그만 화석을 공부해 석사를 마친 후 어떤 화석을 계속 연구할 것인가 고민할 때 우리나라의 공룡 화석을 내가 한번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공룡을 포함한 척추동물화석을 가르쳐 줄 대학이나 교수님이 안 계셨기 때문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유학의 목적은 새로운 분야를 선진국에서 공부를 하고 와서 우리나라 공룡 화석을 찾아 발굴, 연구하여 우리나라 공룡 화석을 세계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의 청소년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공룡에 빠져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 쥬라기 월드 등이 과연 가능할까.

“사실 나는 영화 쥬라기 공원의 덕을 본 사람이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 갔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뼈를 가진 화석을 연구한 사람이 없었고 배울 스승도 없었다. 이런 분야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도 없었고 이런 것을 공부하면 무슨 직장을 어떻게 구하겠느냐고 걱정부터 했다. 그런데 유학을 갔다 오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쥬라기 공원이 1993년도에 나왔는데 내가 귀국한 것이 1996년이다. 유학을 갔다 오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룡에 대한 관심도 굉장히 높아지고, 우리나라에서도 공룡 발자국을 찾는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해서 그때부터 공룡에 대한 열풍이 우리나라에서도 일게 됐다. 공룡을 복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몇 만 년 전에 죽은 생물도 복원하지 못하는데 6500만 년 전에 죽은 생물 복원은 기술적으로 어렵다. 공룡 복원 기술을 연구하는 것보다는 타임머신이 더 빨리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룡 연구는 어려운 학문인 것 같다.

“공룡 공부는 다른 분야와는 공부 방식이 좀 다르다. 공룡 흔적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가야 되고 탐사를 나가야 되고 찾게 되면 발굴을 해야 하고 발굴해서 실험실에 가져오면 암석 속에서 뼈를 추려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탐사를 하면서 화석을 찾아서 이것을 실험실에 가져와서 뼈를 찾는 데까지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더 걸릴 수도 있다. 뼈를 추려내면 이를 토대로 연구를 해야 한다. 새로운 종인지, 특별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논문으로 발표를 한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공룡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고 알고 싶어 하기 때문에 박물관에 전시도 해야 한다. 탐사는 매우 힘들다. 대부분 공룡 화석이 묻혀 있는 곳은 나무나 숲, 풀도 없는 황무지 같은 곳이다. 대부분이 몽골의 고비사막, 북미대륙의 로키산맥 같은 오지다. 결국 사람도 없고 살아가기 힘든 이런 곳이다. 이런 곳에서 운 좋게 한 번에 화석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화석이 결코 쉽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공룡 화석이 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걸 찾기 위해 하루에 20㎞씩 걸을 때도 있고 낭떠러지에 매달려 발굴하기도 하고 차가 전복돼 사람이 다치기도 했다. 먹는 것, 생리현상 해결 등 모든 것들이 힘들다. 보통 사람들은 돈 주고 가라고 해도 안 갈 것이다. 나는 목적이 있고 목표가 있으니까 힘들지만 가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공룡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요즘 공룡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있다가 대학으로 지난해 9월에 왔다. 적지 않은 나이에 대학에 온 이유는 후학 양성 때문이다. 내가 연구소에 있을 때 많은 학생으로부터 이메일, 전화 등 연락이 왔다. ‘나도 이쪽으로 공부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느 대학에 가야 하는가’ 등의 질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쪽 분야를 가르치는 대학이 거의 없다. 그 학생들한테 ‘유학을 가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갈수록 질문을 해오는 학생이 늘어났다. 어렸을 때 좋아하는 것은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들까지도 이쪽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왔다. 심지어 여학생들도. 이 학생들을 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왜냐하면 이 분야가 정보기술(IT)이나 유전자공학 같이 잘나가는 분야도 아니고 완전 순수학문 분야인데 이런 쪽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했다.”

인터뷰 = 신선종 차장 (사회부) hanul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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