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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6년 01월 15일(金)
대만 선거… 첫 ‘여성총통 시대’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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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판‘88만원 세대’가 정권교체 불러
中 영향력 반감 커져… 兩岸관계 ‘기로’


16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59) 후보가 집권 여당인 국민당 주리룬(朱立倫·54) 후보를 누르고 사상 첫 여성 총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화권에서 여성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사례는 당나라 고종의 황후 출신으로 15년간 황제 자리에 있었던 측천무후 이후 처음이다. 첫 여성 총통이라는 점 외에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국민당이 아닌 민진당 후보라는 점에서 이후 양안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총통선거에서 차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주 후보보다 상당한 격차로 높은 것만큼이나 당 지지율도 국민당과 차이가 있어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격인 입법위원선거에서 민진당이 처음 여당으로 등극하며 대만 정치사상 최초로 진정한 의미의 여야 교체도 이뤄질 전망이다.

◇양안 관계 개선으로 기대했던 경제 효과 없고 종속 우려 높아져 집권 국민당에 반감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의 승리는 차이 후보의 결단력과 리더십 덕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국민당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민진당이 본 측면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첫 민진당 총통으로 재임 시 ‘대만 독립’을 거론하며 양안관계의 불안을 야기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에 대한 반감을 업고 8년 전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당선됐지만 그가 집권 내 추진한 친중 정책이 부메랑으로 다가왔다. 특히 친중 정책으로 중국과 각종 협약을 맺고 교류가 늘었으나 이에 따라 대만 국민이 기대하는 만큼의 경제적 실익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다.

대만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다 2011년부터 2∼4%대로 급감했다. 마 총통은 2010년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는 등 각종 협약을 통해 중국과 관계를 개선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까지 했다. 이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중국에 의존하는 등 의존도가 극심해졌지만 실제 성장률은 높아지지 못했다. 마 총통 집권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급격히 늘어난 반면 중국으로의 수출은 2010년 이후 정체 상태다. 지난해는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1% 이하라는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GDP 규모도 한국의 37%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면서 산업이 공동화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청년실업이 심각해졌다.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10년째 실질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아 대만판 ‘88만원 세대’에 해당하는 ‘22K세대(초임 2만2000대만달러, 약 75만 원)’라는 자조적인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반면 중국 자본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대만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이런 가운데 국민당 정부가 ECFA 후속 협상으로 진행하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이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축소하고 대만의 홍콩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에 2014년 3월 서비스협정 철회를 요구하는 ‘해바라기 시위’가 벌어졌다. 그해 가을 홍콩 시위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대만에 실익을 가져다주지 않으며 대만의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해 중국에 종속시킬 뿐”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졌다.

◇차이잉원, 양안관계 ‘현상 유지’ 입장, ‘대만 독립’ 주장하지 않지만 양안관계 냉각될 듯

대만 국민의 민진당에 대한 지지율은 이 같은 양안관계에 대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차이 후보는 과거 천 전 총통처럼 대만의 독립을 거론하고 있지 않다. 양안관계에 대한 그의 입장은 ‘현상 유지’다. 과거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을 역임하며 대륙과의 교류를 추진한 바 있는 데다 천 전 총통이 무리하게 대만 독립을 주장하다 중국과의 관계는 물론 미국과의 관계 등 국제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결국 정권이 교체된 데 대한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국민당에서 수용하고 있는 ‘92공식(컨센서스)’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92공식이란 지난 1992년 중국과 대만 정부가 타결한 양국 관계에 대한 원칙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양측이 각자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다. 차이 후보는 TV 토론에서 “92공식은 하나의 선택권일 뿐 유일한 것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다만 대륙과 소통하고(有溝通), 도발하지 않으며(不挑흔), 의외의 이벤트를 만들지 않겠다(沒意外)고 밝혔다. 즉, 중국과의 대화는 지속하고, 무력충돌은 없으며, 정상회담과 같은 의외의 이벤트 없이 예측 가능한 양안관계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럼에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92공식을 부정하면 양안관계는 무너질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양안관계가 천 전 총통 당시처럼 불안 상황으로 치닫는 데는 우려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중국에 종속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역사적 양안 정상회담으로,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로 각각 간접적으로 선거를 지원하고 나섰다. 차이 후보는 기존 중국과의 관계는 훼손하지 않는 차원으로 관리하면서 미국과의 관계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北京)의 한 양안관계 전문가는 “양안관계는 이미 많은 조약과 협정으로 앞으로 나간 상태로 차이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서 역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사사건건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선거는 총통과 부총통, 입법위원을 한꺼번에 뽑는다. 이 같은 대만의 대선·총선 동시선거는 2012년 이후 두 번째다. 차이 후보는 천젠런(陳建仁·64) 중앙연구원 부원장을 부총통 후보 러닝메이트로 삼고 있으며 주 후보는 왕루쉬안(王如玄·여·54) 전 대만 노동공업위원장을 러닝 메이트로 삼고 있다. 오는 16일 투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대만 전역의 1만5582개 투표소에서 진행되며 유권자 수는 모두 1878만2991명으로 집계됐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e-mail 박세영 기자 / 경제산업부  박세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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