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制, 기업 위협도구 악용 우려”

한경연, 보고서 통해 밝혀
“승소해도 원고는 이득없고
변호사들 소송 남발할 것”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과 함께 야당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다중대표소송제’가 회사를 위협하는 ‘위협 소송’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5일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해 내놓은 ‘미국 델라웨어주 판례상 다중대표소송의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임원들의 불법행위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그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미국이 대표적인 도입 국가로, 미국 내에서도 상장회사 과반수가 ‘델라웨어주 회사법’을 준거법으로 삼고 있어 다중대표소송 설명 시 델라웨어주 대법원의 판례가 많이 활용된다.

기활법이 사측에 일방적인 특혜를 준다고 판단하고 있는 야당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대응책으로 기활법과 함께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여당은 회사를 상대로 한 무분별한 줄소송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다중대표소송에서 승리한 경우 승소의 이익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이 아니라) 해당 자회사로 귀속되기 때문에, 원고 주주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간접적으로 올라가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유인이 크지 않아, 실제로는 원고 측 변호사에 의해 모든 과정이 주도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중대표소송제에서는 승소해도 그 배상금 등이 원고(주주)가 아닌 회사 몫으로 돌아가고 패소 시에는 원고가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보고서는 “반면에 원고 측 변호사의 경우 소송 제기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을 받아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위협소송’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원고 측 변호사가 소송을 통해 자신의 보수를 받아낼 가능성이 있을 경우, 무분별하게 대표소송을 제기하려고 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