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D-2>정부·교육감 ‘벼락치기 회동’… 효과 있을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항의 서울·경기 등 일부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삭감으로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연합, 부모마음봉사단, 21세기교육연합, 엄마의힘 등 학부모 단체 회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누리예산 미편성 대책 비상
양측 기존 입장 고수할 듯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이 18일 만나 일부 지역의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한다. 교육계는 보육대란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급하게 이뤄지는 이번 만남을 통해 누리과정 재원 마련과 관련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협의회) 회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부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복만 울산시교육감, 감사인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등 임원진을 만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인한 보육현장의 혼란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간담회 이후 21일 부산에서 모여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날 간담회에서 누리과정 재원 마련과 관련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입장 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협의회는 교육부의 선지원이 있어야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추경할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이미 지급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누리과정 예산을 배분하고 부족분에 대해서는 차후 협의해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이 부총리는 이날 당장 일어날 보육현장의 혼란은 막아야 한다는 점을 호소하면서 교육감들에게 가용한 자원 내에서 최대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다. 그는 앞서 교육부도 누리과정 사업 우회 지원을 위해 목적예비비 3000억 원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최대한 빨리 풀겠다는 견해를 밝혔던 만큼 간담회에서도 이런 뜻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교육감들이 보육대란을 넘기기 위한 임시 방편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위기를 넘긴 다음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만남을 통해 누리과정 재원 마련의 돌파구가 나오지 않으면 일부 지역의 유치원들은 교사 인건비 지급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부는 매달 20일을 전후해 각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거쳐 유치원에 지원금이 내려가는 형식으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해 왔다. 매달 초 유치원 지원금을 입금했던 경기도는 올해는 이미 1월분도 지급하지 못했으며 전남은 이달 20일분까지만 지원금을 입금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경기 고양시의 한 유치원 원장은 “이번 주 안에 교사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면 교사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서 떠나고, 이어서 원생들도 줄줄이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일부 사립유치원들은 은행에서 일시적으로 운영자금을 대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유치원 원장은 “정부의 누리예산 지원 전까지 학부모들에게 교육비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