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조치 도운 다른 승객들의 헌신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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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생명 구한 ‘기적의 8분’ 유영미 일산역 부역장

“생명이 위독한 사람을 돕는 일은 역무원뿐 아니라 민주시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응급조치를 도운 다른 승객들의 헌신에 오히려 제가 감동했습니다.”

경기 고양시 경의중앙선 일산역에서 근무 중인 유영미(여·38·사진) 부역장은 1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역사 내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돕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담담히 말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18일 오후 12시 25분쯤 일산역에서 용문행 열차에서 내리던 승객 유모(55) 씨가 가슴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갑자기 쓰러졌다. 하마터면 열차에 몸이 끼여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기상황이었다. 이를 인지한 기관사는 막 출발하려던 열차를 멈춰 세웠고, 주위에 있던 시민들은 유 씨를 즉시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유 씨는 호흡과 의식이 없는 위험한 상태여서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때 관제실에서 상황을 전해 들은 유 부역장은 다른 역무원과 함께 즉각 현장에 출동해 심폐소생술에 돌입했다. 유 씨의 가슴을 두드리고 인공호흡을 거듭하기를 8분, 마침내 유 씨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고, 뒤이어 119구급대가 도착하면서 안전하게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 씨는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한 초동대처가 없었다면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이었다.

유 부역장은 “초기 심폐소생술이 인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었기에 긴급상황에 접하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다”며 “당시 시민들이 환자의 가슴을 치는 등의 응급조치를 하고 있었지만 의식과 호흡이 없어서 곧바로 훈련한 것을 현장에 적용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평소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위급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해왔다”며 “인공호흡법 자세나 위치를 잡는 법, 환자의 의식이 있는지 확인하고 기도를 확보하는 등의 순서를 주기적으로 실습한 것이 위기상황 대처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에서 간질이나 심정지 등의 위급상황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승객들이 발휘하는 헌신이 인명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며 “당시에 유 씨를 도운 다른 승객들의 헌신에도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