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유창희 교수의 똑똑한 요리교실>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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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찬이 고민이라면 무를 이용한 음식을 해보면 어떨까? 가을과 겨울은 무 요리하기 좋은 시기이다. 가을과 겨울 무는 심이 적고 수분이 많으며 맛이 달다. 동치미, 깍두기로 담가도 맛있고, 새콤달콤 무생채, 부드러운 무나물, 무밥, 무조림, 시원한 뭇국 등 무엇을 해도 맛이 좋다.

또한 무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전분 분해효소인 디아스타아제가 많아 밥이나 떡을 과식했을 때 먹는 천연소화제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조상들은 겨울 무가 인삼만큼 좋다고 하여 동삼(冬蔘)이라고도 불렀다. 심지어 중국에는 ‘겨울에 무를, 여름에 생강을 먹으면 의사를 볼 필요가 없다’라는 말까지 회자된다고 한다.

옛날같이 가족이 많지 않은 요즘에는 사실 큰 무 하나를 사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마트에서는 무를 작게 잘라서 팔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 장에 간다면 무 하나를 통으로 사보도록 하자.

무를 고를 때는 윗부분은 약간 초록색을 띠고 중간 아래는 하얀 것을 선택한다. 또 들어 봐서 무겁고 잔털이 없으며 모양이 좋은 것을 고르면 된다.

그다음 고민은 이 큰 무를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그런데 무는 부위에 따라 맛이 다르다. 무청 쪽에 가까운 머리 부분은 달고 윤기가 있어 무생채, 무즙 등 생으로 먹는 요리에 적합하다. 그 아래 가운데 부분은 매운맛이 적고 부드러워 조림이나 어묵탕에 쓰면 좋고, 뿌리 쪽은 약간 심이 있고 매운맛이 강한 편이라 국을 끓이거나 국물을 낼 때 쓰면 좋다.

무를 이용해 요리할 때 또 한 가지 기억할 것은 용도에 맞게 써는 방법이다. 무생채를 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물이 나오는데 물이 많이 배어 나오면 무의 아삭아삭한 질감이 줄어들고 맛이 희석된다. 따라서 무생채를 할 때 무의 섬유소 방향으로 길게 썰면 물이 나오는 것을 줄일 수 있어 아삭한 질감과 맛을 잘 유지할 수 있다.

나박김치를 담글 때도 이 원리를 이용해 자르면 아삭한 나박김치를 좀 더 오랫동안 맛볼 수 있다. 반대로 무즙을 낸다면 섬유 반대 방향으로 자른 후 단면을 강판에 비벼 갈면 좋다. 무는 조직감이 단단해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뭇국을 끓일 때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반대 방향으로 잘라 익힐 수도 있다. 너무 흔해서 잘 몰랐던 무도 이처럼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천양지차의 맛을 낸다.

이경은(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