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경제 위기의식 공유 안되니 변화는 커녕 기회마저 놓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철주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보부상 프로젝트 도입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청년 고용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황철주 청년희망재단 초대 이사장

황철주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은 냉혹한 현실에 맞선 행동주의자다. 벤처협회장을 맡아 활동할 당시 우리나라의 기득권이 가진 폐해를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재 20억 원을 투자해 청년기업가재단을 만들었다. 또 중소기업의 생태계 복원을 위한 벤처육성론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눈에 띈 것도 교과서에 없는 정책 아이디어를 통해 혁신을 이뤄낼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게 주변 평가다. 이후 그는 박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는 몇 안 되는 중소기업 대표가 됐다.

황 이사장은 박근혜정부의 초대 중소기업청장 후보자로 선임됐지만, 아쉽게도 주성엔지니어링의 수백억 원대 주식 백지신탁 문제로 자진해서 사퇴한 바 있다. 그 당시 나랏일을 하는데 개인적 부는 포기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도 있었지만, 황 이사장은 창업해서 20여 년간 애써 키운 회사를 포기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현실주의자라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한순간도 청년들을 위해 해야 할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 있었다.

결국,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으로 청년실업률을 해결할 해결사로 돌고 돌아온 셈이다. 황 이사장이 청년실업을 어떻게 해결할지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년실업은 엉킨 실타래만큼 풀기 어려운 문제다. 더욱이 국내외 경제환경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도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와 저성장 추세로 기업들의 신입 직원 채용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통계가 작성된 1999년 6월 이후 사상 최고치인 9.2%를 다시 한 번 갈아치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청년실업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최근 청년실업률이 26%를 기록하자 프랑스 경제를 ‘국가 비상사태’라고 규정하고, 내년까지 20억 유로(약 2조6300억 원)를 투입해 실업률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저성장에 먼저 진입한 스페인, 이탈리아는 이미 실업률이 각각 23.7%와 11.3%를 기록했다. 높아진 청년실업률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국가의 경제 현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다들 위기의식을 공유하면 변화하고 그 속에서 희망이 생긴다는 것이다. 희망의 첫걸음으로 지난해 청년희망펀드가 우리나라에서 탄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시작으로 기업인, 가정주부, 미화원 등 각계각층의 기부자만 10만1000명 이상이 참여했고, 3개월 만에 누적 기부금이 1270억 원을 넘어서는 기적을 이뤘다. 현재도 기부자와 기부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구성원 모두가 청년 일자리 창출이나 희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다.

청년희망재단은 올해 주요 사업으로 청년 일자리 매칭과 인재 육성을 꼽고 있다. 이 사업들을 통해 약 12만5000명의 청년이 일자리 서비스를 받고, 약 6300개의 청년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다.

지난 14일 매서운 겨울 한파 속에 청년실업의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시대의 청년 멘토로 불리는 황 이사장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국내 영화 사상 19금 최초로 9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내부자들’을 봤는지 먼저 물었다. 정치, 사법, 경제 등 우리 시대 기득권자들의 부패를 한데 묶어 고발한 작품으로 사회적 파장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점에 대해 그가 어떤 말을 내놓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황 이사장은 “영화의 내용 모두가 허구는 아니고 일부는 사실이지요.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게 세상입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공평한 세상이 있었나. 원래 불공평해요. 그걸 탓하지 마라, 어쩔 수 없다, 그걸 극복하고 성공해야 한다, 억울하면 출세해라, 이런 말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오죽하면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노랫말까지 있었겠어요. 지금은 그나마 예전에 비하면 공평해졌어요. 공평한 곳은 천당밖에 없어요. 불공평을 탓하면서 시간 보내지 마라, 불공평을 극복하기 위해 창조해야 한다는 의식전환이 필요해요. 대한민국 청년들은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황 이사장은 사업 이야기에서도 다시 한 번 현실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관련 장비 제조업을 창업해 매출이 한때는 4500억 원대까지 늘어났지만, 태양광 사업 진출로 크게 적자를 보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대기업 S전자의 횡포라고 비난했지만, 실력이 부족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만약 밉보였다고 하더라도 실력이 뛰어나면 그럴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황 이사장 역시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일찍이 기득권의 폐해를 경험했기 때문에 청년 창업가에게 기득권을 넘어설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에 좌절하기보다는 창업했던 도전적인 정신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그는 “벤처기업협회장이 되고 보니까 대한민국이 옳고 그름에 따라 성공하거나 성장하는 데가 아니라 기득권 논리에 따라 성공이 좌우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배운 사람은 배운 대로, 힘센 사람은 힘센 대로, 돈 많은 사람은 돈 많은 대로, 기득권이 없는 사람들은 또 없는 사람들끼리 기득권을 나눠 가져요. 성공이 기득권 싸움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저는 이것을 보고 대한민국에 올바른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대를 바쁘게 사는 청년들에게 올바른 정신은 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정신없이 바쁘다’ 혹은 ‘정신없이 산다’는 말을 하고는 해요. 청년들은 학업과 취업에, 중년층은 결혼과 출산 그리고 장년층은 노후를 위한 준비에 늘 바쁜 세대이지요. 하지만 바쁘게 열심히 산다는 것에 ‘정신’이 없다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에요. 일제 강점기를 지나 광복의 기쁨도 잠시 다시 분단의 아픔을 겪은 지난 100여 년의 한국 역사는 늘 배고프고 부족한 시대였기 때문에 ‘바쁘고 열심히’라는 단어는 있었지만 ‘정신’이라는 가치는 잊고 살아왔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국민소득 4만 달러를 향한 전 국민의 의지가 솟아나는 지금 과연 대한민국에 ‘정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이 생겨요. 그러나 그 어디에도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는 곳이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지금껏 이뤄온 성과는 아무리 그 결과가 화려하다 해도 정신의 가치가 빠져있으면 결국 역사가 아닌 과거가 될 뿐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정신’을 가지고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만 비로소 우리나라는 미래의 새로운 성장을 이뤄낼 수 있어요. 이 시대의 청년들이 가진 의식의 합이 결국 그 나라의 미래이지요. 희망은 새로운 기회가 있을 때 생기고, 새로운 기회는 변화가 있을 때 만들어져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기득권을 버리고 주도적으로 변화에 동참할 때 비로소 기회가 만들어지고 희망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희망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휘둘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청년희망재단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요즘엔 ‘스카이(SKY)’ 경영학과 출신도 취업률이 50%밖에 안 된다고 해요. 6·25전쟁 이후 가장 심각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적이 없었거든요. 올해만 그러면 그나마 괜찮지만, 지속될 가능성이 커요. 일본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해서 오랜 기간 심각했잖아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모방경제에서 창조경제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 중의 하나라고 봐요.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말이죠, 정말 심각해집니다. 한때는 기업들이 유능한 사람을 못 뽑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학생들이 갈 데가 없어서 일부러 졸업을 안 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위기의식이 기업, 국가를 넘어서 국민적 차원까지 확산돼야 합니다. 대통령 본인이 연봉 20%를 기부하면서 희망펀드가 만들어졌고 그걸 운영하면서 재단도 만들어졌어요. 청년고용이 좋아지는 건 경제가 좋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국가적 캠페인을 대통령께서 시작해서 자영업, 대학생, 미화원, 기업인 등 많은 사람이 동참해서 펀드 참여자가 1만1000명이 넘었고 기부금은 1270억 원 정도가 됩니다. 쉽게 얘기하면 청년고용을 늘릴 수 있는 국민적 의견일치를 만들자는 거예요. 청년들에게 희망을 줘서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만들자는 캠페인이죠.”(청년희망펀드는 21일 현재 누적 기부 건수가 10만1542건, 누적 기부액은 1274억1528만 원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도 이미 청년희망재단과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차별화된 사업이 무엇인가요.

“저희가 국가 정책을 집행하는 건 아니라서 특별하게 무엇이라 말할 순 없어요. 다만 청년들이 상황에 따라 필요로 하는 부분을 돕자는 거예요.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사각지대가 생긴다면 찰나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많이 하자고 생각해요. 이런 일을 일정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주요 4∼5개 과제를 정했어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취업하는 청년한테 지원금을 주고, 문화 콘텐츠 같은 경우에는 모바일 게임 등을 만드는 교육 시스템,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를 전문적으로 알리는 관광 가이드를 육성하는 데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해외취업을 장려하려고 해요. 우리나라는 전 세계 면적의 0.07%밖에 안 돼요. 대한민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0.7%에 불과해요. 지속성장의 관건은 한국이 아닌 해외에 있다고 봐요. 그래서 국외시장을 개척하자는 의미에서 해외 창업 지원 시스템 구축 쪽으로도 방향을 잡고 있어요.”

황 이사장은 “의식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청년보부상 프로젝트는 관광, 유통 분야에서 새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해 이익을 창출함으로써, 연구·개발(R&D)과 생산활동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이익 창출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재단의 올해 예산 199억 원 중 30% 가깝게 ‘청년 보부상’ 프로젝트에 집중하는데, 무역상이라고 이해해도 됩니까.

“그것도 큰 틀 중 하나이지만 그것만 포함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도 1970∼80년대에 종합무역상사가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만든 물건을 외국에 수출하는 역할을 맡아서 중소기업의 수출 인프라가 구축됐어요. 2000년대 들어서자 어느덧 종합무역상사가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대기업은 수출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 수출을 대행해주는 곳이 거의 없어졌어요. 중소기업, 벤처기업의 한계가 온 거죠. 이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서 창조적인 스타트업 기업이 나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제품을 팔아주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해외 마케팅과 수출을 대행하는 일을 하는 데는 인문 사회과학 학생들이 역할을 해야죠. 한 사람이 10억 원씩만 팔아주면 우리나라 젊은이 5명에 대해 새로운 고용이 가능해요. 특히 중소기업에서는요. 1인당 매출액이 2000만∼3000만 원 정도 되니까요. 이렇게 되면 벤처기업도 살아나고, 국내 경제도 살아나고, 청년 취업도 늘고, 국가 경쟁력도 향상돼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게 보부상이에요.”

―그동안 청년들에게 수없이 많은 멘토링을 했는데, 재단 멘토링 사업은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요.

“멘토링은 멘토마다 스타일이 다 달라요. 우리 재단 멘토라고 해서 특별히 무엇이 다르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다만 이런 생각은 해요. ‘희망은 새로운 기회가 있을 때 생겨나고 새로운 기회는 변화가 있을 때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겨났어요. 대부분 선진국의 변화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봐야죠. 우리는 변화를 좇아가면서 이 정도 성장했어요. 기업도, 청년도, 변화를 따라가기만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세계 변화가 거의 멈춘 상태죠. 산업이나 지식 부문에서 변화가 나타날 만큼 나타났거든요. 변화를 따라가기만 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당황하는 거예요. ‘세계가 얼어붙었다, 안 움직인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기업도, 고용도 한계가 왔어요. 당연히 청년들한테도 기회가 많지 않은 시대예요. 그래서 말인데요, ‘변화를 따라가기만 하는 청년은 의미가 없다, 변화를 주도하는 청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변화를 주도하는 청년을 만들기 위해, 변화에 대한 멘토링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인터뷰 도중 황 이사장의 청년 시절이 궁금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간 이유를 한마디로 “밥을 먹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황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격동의 시대를 지나왔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이나 불행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전에 채워 주는 교육만 받아서 행복, 불행, 옳고 그름, 기득권, 비기득권을 판단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때는 청년이나 기성세대나 같은 처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밥 문제가 해결됐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을 가기 때문에 새로운 목표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가는 거예요. 밥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가는 시대는 지났지만, 아직 우리는 30년 전 생각에 머물러서 대학에 가서 밥과 직업을 해결하려고 합니다”고 지적했다.

황 이사장은 최근 창업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창업이 많아지는 건 나쁘지 않아요. 자식이 많다고 다 성공하진 않지만, 확률은 높아지잖아요. 다만 자식을 많이 낳고 그다음에 어떻게 잘 키우느냐를 고민할 때죠. 지금 창업 열풍은 어느 정도 이끌었어요. 스타트업 기업이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지원이 필요합니다”고 지적했다.

―올해 경제가 더욱 안 좋아져 창업이 매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 좋을 때가 기회예요. 창조의 성공은 언제나 안 좋을 때 나왔어요. 시장이 좋으면 창조의 성공이 나오지 않아요. 좋을 때 누가 리스크를 지겠습니까. 지금같이 힘들 땐 리스크를 지든, 안 지든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 대신 리스크를 지고 성공하면 얻는 게 더 많죠. 그래서 지금이 더 기회인 거예요. 우리 스타트업과 창조경제가 성공하는 데 좋은 기회예요. 포기하지 마십시오.”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리스크를 감당하며 창업할 청년들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쉬운 창업은 쉽게 무너질 위험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생각 안 하는 쪽, 어렵다고 여겨지는 쪽으로 도전해야 해요. 그러면 성공 확률이 높아져요. 벽을 밀치면 문이 되고,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고 했어요. 더 많은 청년의 도전과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정신이 모여 현재 우리 사회를 막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넘겨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재단이 변화와 희망의 구심점이 되겠습니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기 마련인데, 우리 사회가 청년들의 실패 리스크를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정직한 실패 리스크는 사회가 책임져야 해요. 그건 개인 문제에 앞서 대한민국의 성장을 의미하기도 해요. 다른 사람들보다 고생 많이 하고 노력 많이 했는데 실패했다면 개인에게 떠넘길 수 없어요. 물론 사기 치면서 잘못된 실패를 한 경우에는 책임을 물어야죠. 창조적인 창업을 통해서 실패하고 기업 활동을 한 데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해요. 실패를 통한 공유물은 대한민국 자산으로 움직일 거니까요. 실패한 R&D 결과물이 다른 데서 동력이 될 수 있어요. 한 사람의 실패가 대한민국에 남아 있다면 국가는 손해가 아니에요. 아직 실패의 자산은 우리 땅 안에 남아 있어요. 이 때문에 사회는 실패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이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한 사람이 창업하면 친구 1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줘요. 이 얼마나 보람 있고 사랑스러운 일입니까. 그 말은 10명의 친구가 없으면 한 사람의 성공도 없다는 거죠. 한 사람의 성공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의 성공을 돕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에요.”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헬조선’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사회 분위기를 탓하는 경향도 큰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건 ‘오버’하는 거죠. 우리나라 위기론은 사실 2∼3년밖에 안 됐어요.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20년간 힘들었지만 ‘헬재팬’까지는 안 가거든요. 그러나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현상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아요. 우리 사회가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증거예요. 더 늦기 전에 헬조선 메시지가 나온 건 지금 힘든 시기를 짧은 고통으로 끝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끝으로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을 맡은 이유에 대해 뒤늦게 물었다.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죠. 결국, 대한민국 미래는 청년한테 달렸으니까요. 대통령이 사비 꺼내서 ‘가자’고 한 건 처음이잖아요. 이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에요. 앞으로 우리 재단이 얼마나 잘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99% 이상 완성됐는데요. 대통령이 청년들의 미래를 생각한 것과 여기에 많은 사람이 동참한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청년은 귀중하고 청년 고용창출에 힘쓰겠다’는 의견 일치를 만들어낸 거예요. 우리는 나머지 1%를 만들어나갈 겁니다. 쉽지 않겠지만요.”

황 이사장을 아는 사람들은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청년실업의 난제를 풀기 위한 굳은 의지가 흔들리지 않으리라고 기대한다. 황철주는 ‘현실에서 해답을 찾는 행동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 박민철 차장 (경제산업부) mindom@munhwa.com
정리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