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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재양의 우리말 뿌리를 찾아서 게재 일자 : 2016년 01월 25일(月)
막걸리, ‘막’은 ‘함부로’ 아닌 ‘바로’·‘방금’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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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고두밥과 물, 누룩을 섞어서 독에 넣고 적정 온도에서 3∼6일 발효시켜 걸러 낸 술이다. 보통 물을 타서 도수를 6∼10도로 낮추어 마시지만 물을 타지 않은 술을 ‘진배기’라 한다.

흔히 부르는 ‘탁주(濁酒)’는 용수를 박아 뜬 맑은 술 ‘청주(淸酒)’와 상대적인 이름이다. 집에서 담그는 술이라고 ‘가주(家酒)·가양주(家釀酒)’, 빛깔이 희다고 ‘백주(白酒)’, 농부가 즐기는 술이라고 ‘농주(農酒)’, 제상에 올리는 술이라고 ‘제주(祭酒)’, 약으로 쓴다고 ‘약주(藥酒)’, 신맛을 중화시킨 술이라고 회주(灰酒), 일반백성들이 즐기는 술이라고 ‘향주(鄕酒)’, 쌀알이 동동 뜨는 술이라고 ‘동동주·부의주(浮蟻酒)’,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고 ‘국주(國酒)’ 등으로 불린다. 지방에 따라 감지(함경), 다박주·탁바리(제주), 대포(전국), 막걸래(경남), 막고래(평안), 모주(강원), 빡주(장성), 젓내기술(논산), 탁배기(경상, 전라) 등으로 부르며 또 생산지에 따라 포천 막걸리, 서울막걸리, 부산산성막걸리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막걸리를 6·25전쟁 중에 대포의 탄피에 받아 마셔서 ‘대포’라고 하게 되었다는 주장은 비슷한 발음을 갖다 붙인 잘못된 민간어원의 대표적인 예이다. ‘대포’의 ‘포’는 표주박의 ‘표(瓢)’가 변한 말이다. 그러니 ‘대포’는 막걸리를 떠 마시던 ‘큰 표주박’이다.

막걸리는 국어사전에 ‘마구 걸러 짜낸 술’이라고 적혀 있다. 막걸리는 세계에서 가장 영양가가 높은 발효주라 살아있는 유산균이 가득하고, 힘든 일을 이겨내고 허기를 달래주는 든든한 약주이다. 다른 전통음식과 마찬가지로 정성과 혼을 담아 빚는다. 더구나 빚는 방법과 정성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 술을 ‘마구’ 거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막’은 대략 4가지 뜻으로 쓰인다. ‘막살다, 막 먹다’의 ‘마구·함부로’, ‘막담배, 막된 놈’의 ‘질이 좋지 않다’, ‘막바지, 막장’의 ‘마지막·끝’, ‘막국수, 막 왔다’의 ‘바로·방금’ 등의 뜻이 있는데 ‘막걸리’의 ‘막’은 ‘바로·방금’의 뜻이다. 이는 우리말과 중국어 대역(對譯) 어휘집 ‘역어유해(譯語類解)’(1690년)의 ‘고조목술: 鋼頭酒(강두주)’란 말로 알 수 있다. 중국어 ‘鋼頭’가 ‘갓, 방금’의 뜻이므로 ‘고조목술’은 ‘방금 고조에서 짜낸 술’이란 뜻이다. 안동장씨의 ‘음식디미방’(1670년 무렵)에는 ?향쥬법(醇香酒法) 항목에 “술이 채 닉거든 즉시 말근 술 다 깃고 흐? 술을 고자에 되 병을 고자목의 다혀 밧거나 혹 단지어든 유지로 싸고 가은대 효근 궁글 어 바닥라”라고 나오므로 이 ‘고조목술’이 바로 막걸리이다.

여기서 ‘말근 술’은 청주, ‘흐? 술’은 탁주 곧 막걸리다. 막걸리는 문헌상으로는 19세기 초에 편찬된 ‘광재물보(廣才物譜)’에 “濁酒, 此卽灰酒也(이는 곧 술에 재를 타지 않은 술이다) 막걸니”로 처음 나온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막걸리 대신 맥주를 마시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데 한편에서는 전통술 막걸리를 이어가려는 젊은이가 많아진다고 하니 또다시 막걸리의 전성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담산언어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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