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웃길 기회를 잃은 ‘여성 MC’의 비애

“몸값이 비싸다고 하네요.”

여성 예능인 A의 소속사 관계자들의 한숨 섞인 토로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A는 3, 4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누볐죠. 하지만 요즘은 찾는 곳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 사이 출연료가 많이 올라서일까요? 이 관계자는 “동결”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왜 섭외하지 않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제작진이 A를 ‘MC로’ 기용할 생각은 없다는 겁니다. MC로 앉히기는 출연료가 부담스럽고, 패널 출연을 제안하기는 미안하니 아예 섭외하지 않는다는 거죠.

요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여성 MC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토크쇼, 리얼 버라이어티, 쿡방 모두 남성 MC들이 장악했는데요. KBS 2TV ‘안녕하세요’의 이영자를 제외하면 여성이 지상파 메인 MC자리를 지키는 경우는 드뭅니다. 최근 박나래, 이국주, 장도연 등 개그우먼 등이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지만 MC보다는 주로 패널로 활용됩니다.

요즘은 여배우나 걸그룹 멤버들이 남성 MC의 곁을 지키는 서브 MC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죠. 특히, 케이블 채널의 패션·뷰티 프로그램의 진행은 배우나 모델, 디자이너 등 외모가 출중한 이들이 꿰차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발군의 입담을 자랑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갈 만한 깜냥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 이들도 적지 않죠. 그들 중 일부는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는 남성 MC 곁에서 ‘그림’이 될 때도 있습니다. 요즘 ‘몸짱’ 열풍이 불며 갑작스럽게 방송가에 진출하기 시작한 몸매 좋은 여성 패널 중 몇몇은 흐름을 끊는 발언을 하거나 출연 분량에 욕심을 내다가 질타를 받기도 했죠.

한 여성 MC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워너비 스타’가 아니잖아요.” 그들을 보며 웃긴 하지만, 그들처럼 되고 싶어하지는 않을 거란 자조 섞인 이야기입니다. 이 MC는 “예쁜 여배우나 걸그룹의 복장과 메이크업을 따라 하고 동경하지만 우리처럼 웃기는 사람이 되길 원하는 건 아니니까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MC에게 결핍된 것은 ‘기회’였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웃어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텐데, 웃음을 전할 출연 기회조차 줄어든 것이 서러운 거죠.

이영자를 비롯해 박미선, 김원희, 정은아, 박경림, 현영 등이 각광 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무대만 주어지면 방방 뜰 수 있는 이들이죠. 이들을 위해 시원하게 멍석 깔아줄 PD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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