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12년 10월 경기 김포시 월곶면의 한 야산에서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 20만 장과 1달러 지폐 1000장을 담은 풍선들을 북한으로 띄워 보내고 있다. 풍선에는 타이머가 부착돼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남쪽으로 살포하는 대남전단의 내용들(위 사진부터)과 지난 14일 북한의 대남전단 묶음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 주택가의 한 차량 위로 떨어져 차량 지붕이 파손된 모습(아래).
南, 슈퍼컴퓨터로 바람 정밀 분석
GPS 장착해 목표지역 ‘송곳 투하’
北·中 접경서는 드론 활용하기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한 南정부
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태도 모호
북한의 4차 핵실험 사태 이후 정부 차원의 대북확성기와 민간 차원의 대북전단지 살포 등 대북심리전이 강화되고 있다. 점점 첨단 기기를 활용하는 양상이다. 이에 북한도 각종 기기가 장착된 대남전단지 살포로 맞대응하면서 전단을 통한 남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전단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살포하고, 관련 기기들이 어떻게 진화됐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진화하는 남북 ‘전단전(戰)’=남북의 대북·대남 살포작전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탈북자단체 등 민간단체에서는 외부 지역 정보와 북한 사회 실상을 담은 대북전단을 비닐풍선에 넣은 뒤 수소를 채우고 GPS와 타이머를 장착해 북한과의 접경지대에서 북측으로 날려 보낸다. GPS와 타이머 등의 장치를 통해 북한 지역에 정확히 떨어지도록 하고, 이와 연계된 ‘스폿(SPOT)’이라는 위성메신저 등을 활용해 전단이 살포된 지역을 확인한다. 중국 바람의 세기도 전단 살포에 상당히 중요하다. 경기 오산, 제주 고산, 울릉도, 포항 등 전국 네 곳의 바람 방향과 세기를 슈퍼컴퓨터가 분석한 ‘한반도 윈템 차트’를 활용한다. 일부 단체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후원이 늘어날 경우 드론을 통한 살포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미 한 탈북자단체가 최근 외부 실상이 담긴 SD 메모리카드 2000여 개를 드론에 매달아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으로 날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대북전단 살포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 등 9개 단체가 진행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주로 모금을 통해 전단 살포비용을 마련한다.
또 군 당국은 휴전선 일대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전단과 비슷한 글자를 띄우거나 동영상을 보여주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영상의 경우 확성기보다 효과가 크다.
북한도 최근 대남전단 살포로 맞대응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이를 군 차원에서 주도하는데, 대형 비닐풍선에 타이머와 자동폭발장치를 부착해 투하 지점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전방과 수도권에 도착하는 시간을 설정해 자동으로 폭발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12일부터 북한군이 날려 보낸 대남전단이 경기 파주와 고양 일대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어 국방부는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고양에서는 지난 14일 1만 여장의 전단이 들어 있는 비닐뭉치가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 위에 떨어져 자동차 지붕이 뚫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타이머가 오작동해 상공에서 터졌어야 할 풍선이 터지지 않은 채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심리전 효과 크지만 공개 살포에는 정부도 ‘난감’=정부는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심리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8·4 지뢰 도발’ 당시에도 대북확성기로 대응해 ‘8·25 합의’를 이끌어 냈고,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서도 대북확성기를 재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는 국민들의 안위를 지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리전의 강력한 효과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에서다.
실제 북한전략센터가 발표한 ‘북한 내 외부 정보 유입 현황과 북한 정부의 대응 양상’ 보고서에 따르면 대북전단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주요 통로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간단체 차원에서 진행되고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법적 근거 없이 강제적으로 규율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거나 공공질서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 때문에 일부 살포행위를 제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전단 살포로 국민의 생명·신체에 현존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경우 살포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접경지역 주민들은 필요 이상으로 북한을 자극해 지역 안정을 해친다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민간단체에서 공개적으로 전단 살포계획을 밝혀 일부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반대 집회를 하면서 충돌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이 살포를 막지만, 비공개적으로 살포한 후 나중에 사실이 알려진 경우에 처벌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기본권과 사회 안정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양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심리전은 비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데 대해 정부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3일에도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전단 살포계획을 밝힌 후 경기 김포에서 전단 수천 장을 북측으로 날려 보내려다 경찰에 저지당했다. 박 대표는 이에 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왜 북한 인민에게 진실을 말하는 전단을 대한민국 정부가 막는 겁니까”라고 반문하며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 인민에게 진실이 알려지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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