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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6년 01월 28일(木)
非理 정치인, 공천 단계서 걸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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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진 /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정치학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은 흔치 않은 국가다. 특히, 정치적인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절차적 민주화의 확립 이후 보수에서 진보로, 그리고 다시 보수로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뤄냄으로써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이룬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실상은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표성의 강화와 책임정치의 구현을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운영 원리와는 달리,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는 선거 때마다 정당 간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나타나 정책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선거 승리를 위한 ‘공약(空約)’이 남발된 까닭에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해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기실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에 기인한 바 크다. 특히,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유권자와 가장 가깝고 일차적인 대의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빈번히 부패와 비리에 연루돼 일반 국민의 상식과 기대를 저버리는 일은 심각한 정치 불신의 이유가 된다.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을 준비하는 여야 각 정당은 경쟁적으로 이른바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며, 후보 선정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정당들의 이러한 노력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선거 때마다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선호를 대변할 후보를 선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공천심사위원회’ 등과 같은 제도적 기구를 통해 자격을 갖춘 후보를 ‘엄선’하겠다고 약속해 온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의지와 약속이 그대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동안 각 정당의 후보 공천 과정은 ‘엄정한 심사’라고 했지만 후보의 자격에 관한 시비로부터 대개 자유롭지 못했다. 공천 과정은 유권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못했으며 정치적 당리당략에 따라 부적격한 정치인이 후보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 결과 ‘엄정한 심사’를 통과한 후보들이 진정 유권자들에게 봉사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갖췄는지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채 선거에 등장했고, 이는 국회마다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 결과를 제공했다. 당선된 이후 부패·비리(非理) 등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최근 불거진 정치인들의 이른바 ‘갑질’ 논란은 우리 정치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략적인 후보 공천으로 인해 나타나는 무자격 정치인들의 등장은 국회의 위상을 크게 훼손할 뿐 아니라, 실질적인 비용의 문제도 초래한다. 실제로 중앙선관위 자료를 보면, 제19대 국회는 부패·비리 등으로 모두 24곳에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는데 18대 때보다 50억 원 많은 250억 원의 세금이 낭비됐다.

정당들의 후보 공천 과정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정치적 책임성과 대표성 강화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선거에서 자격을 갖춘 후보를 선정하는 것은 정당의 일차적인 책무다. 유권자의 대표로서 국회의원은 마땅히 이에 상응하는 자격과 책임 의식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도덕적 잣대로 검증받아야 하며 공천 후보에 대한 정보는 투명하게 유권자들에게 공개돼야 한다. 투표 이외에 정치적으로 국회의원을 처벌할 수단이 없다시피 한 우리의 현실에서 정당의 후보 공천 과정이 갖는 중요성은 대단히 크다. 이러한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한 정당은 선거의 장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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