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美대선 트렌드 - 5. 핵심 이슈 떠오른 ‘안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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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당시 아칸소 주지사가 사용했던 짧지만 강력한 슬로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는 답답했던 경제 상황에 지쳐있던 미국인들에게 기대감을 안겼다. 결국 무명에 가까웠던 클린턴은 걸프전 승리로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던 조지 H W 부시의 재선을 막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처럼 앞선 정부 집권기의 경기 침체는 야당 및 여당 내 경선 주자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그러나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뉴욕발 경제위기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7년 만에 경제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음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 경제 문제는 이슈로서의 파괴력이 작아졌다.
미 정치전문가들은 경제 대신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와 총기 난사 사건 등 안보 문제가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13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IS의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흐름은 급격히 변했다. 테러 직후 뉴햄프셔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42%가 테러리즘과 국가 안보를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파리 테러가 일어나기 전 조사에서는 경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외교·안보에 관해 문외한이라는 단점을 지닌 신경외과 의사 출신 공화당 경선주자 벤 카슨의 지지율이 파리 테러 이후 하락세로 접어든 점도 달라진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파리 테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같은 해 12월 2일,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의 한 복지시설에서 IS에 충성맹세를 한 자생적 극단주의자 부부가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살해한 사건은 안보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더욱 높였다.
안보이슈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주자는 공화당 부동의 선두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는 미군의 해외 분쟁지역 개입에 적극 찬성하는 한편 불법 체류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미국 내 무슬림을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무슬림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특별한 신분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트럼프는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 직후 “모든 무슬림의 미국 내 입국을 완전 차단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트럼프를 맹추격하고 있는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 역시 해외 군사 개입에 적극 찬성하고, 불법 체류자 시민권 문제에 반대하며 보수적인 공화당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IS 격퇴 문제 등에서 트럼프 다음으로 강경한 정책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크루즈는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 ‘트럼프 후계자’로 불리기도 한다. 쿠바 이민 2세인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불법 이민자 문제에서만 트럼프와 크루즈보다 유연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경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불법체류자 시민권 부여를 찬성하는 한편 해외 군사 개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반전주의자인 샌더스 의원은 토론회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과거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점 등을 집요하게 공략하기도 했다.
총기규제에 있어서도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은 정반대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은 총기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5일 공개한 총기규제 행정명령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거듭 밝히는 한편, 샌더스 의원이 과거 총기규제 강화 법안에 반대한 것을 거론하며 그가 총기규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총기규제 강화에 찬성하고 있는 샌더스 의원은 과거 총기규제 강화 법안에 수차례 반대한 바 있어 전미총기협회(NRA)와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총기협회의 후원을 받는 공화당 주자들은 총기규제 강화 법안에 대부분 강한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주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거래 규제 행정명령을 두고 총기 소지를 인정한 ‘수정헌법 2조’ 위반이라는 점과 헌법적 권리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의회를 우회하는 편법이 동원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대했다. 크루즈 의원은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의 위헌적 행정 조치들에 맞서 싸우겠다”며 반발했고, 루비오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수정헌법 2조를 약화시키는 데 사로잡혀 있다”며 행정명령이 위헌임을 강조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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