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레고’… 통통한 ‘바비 인형’… 편견에 반기 든 ‘장난감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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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소수자 배려 요구 수용 장애인 피규어 6월 정식 출시

바비, 2년간 ‘여명 프로젝트’ 57년만에 8등신 미녀상 탈피

伊 고급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동성커플 가족 핸드백 선보여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완구 브랜드 ‘레고’와 ‘바비’가 시대변화에 맞게 변신하고 있다. 레고는 최근 휠체어를 타고 있는 모습을 선보였고 바비는 늘씬한 몸매 대신 통통해진 모습을 선보이면서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왜곡된 미의 기준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전 세계 어른들이 사랑하는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에서는 동성애 커플이 자녀와 함께 있는 그림이 장식된 제품을 새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편견에 대한 반기(反旗)’가 글로벌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가디언 등 외신들은 지난 1월 27∼29일 연속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이 같은 이례적 행보를 일제히 보도했다. 우선 레고그룹이 독일 뉘른베르크와 영국 런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완구박람회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레고 모형을 처음으로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 레고 모형은 블록완구 전문 블로그인 프로모브릭스(Promobricks)에 처음 사진을 통해 소개된 뒤 많은 네티즌의 관심을 받았다. 장애인 레고 피규어는 오는 6월에 나오는 ‘레고 시티’의 구성품 중 하나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레고그룹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요구를 반영해 이 같은 변신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초부터 온라인 SNS 등을 통해 시작된 ‘토이라이크미(Toy Like Me·나 같은 장난감) 캠페인’은 레고그룹에 장애인 모델들이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유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1959년 첫 바비인형을 시장에 선보였던 마텔사는 57년 만에 ‘키 크고 날씬한 바비’를 포기했다. 마텔은 기존 바비인형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프로젝트 돈(Project Dawn·여명 프로젝트)’이라는 계획을 내걸고 2년 동안 비밀리에 공을 들였다. 새로 선보이게 될 바비인형은 총 3가지로, 살이 통통한 ‘커비 바비(curvy Barbie)’, 키가 작은 ‘프티 바비(petite Barbie)’, 그리고 키가 큰 ‘톨 바비(tall Barbie)’ 등이다.

마텔은 1월 28일부터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을 받고 있으며, 2월부터 배송을 시작했다.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 새 바비인형 라인은 오는 13∼16일에 열리는 뉴욕 완구 박람회에서 공식적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인형 같은 몸매’라는 표현을 만들어 낼 정도로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던 바비인형의 혁신적인 변화에, 온라인에서는 “이제 아빠 같은 배불뚝이 몸매(DadBod)의 켄(바비의 커플 인형)도 나오는 거냐”는 등의 성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때 동성커플이었던 돌체앤가바나의 공동창업자 스테파노 가바나와 도미니코 돌체는 최근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성커플이 그려진 핸드백과 티셔츠 등을 내놓았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자는 취지 아래, 온라인에 ‘#돌체앤가바나 가족(#dgfamily)’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새로운 라인의 제품들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업체인 돌체앤가바나의 도발은 최근 이탈리아 전역에서 발생한 동성커플 찬반 집회 등과 함께 시민사회에 많은 논쟁을 일으켰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