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세일 시대>‘웃돈’ 받던 원유 ‘떨이’ 수입자 중심 시장 재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아시아 수출 원유 가격을 배럴당 20센트씩 낮추기로 한 것은 사실상 아시아 국가에 ‘역 프리미엄’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람코의 이번 조치가 3월 가격에 한정될지 계속해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최소한 아시아 석유 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입자 중심으로 변한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현상’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아람코의 조치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는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5일 국내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람코의 이번 조치로 사우디아라비아산 아시아 수출 원유가격은 현재 배럴당 30달러 초반인 국제 가격을 고려할 때 배럴당 1%가량 인하 효과를 보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그동안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면서도 공급을 제때 받기 위해 시장가격보다 높은 프리미엄 가격을 치르고 수입해야 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낸 프리미엄 가격 폭은 통상 배럴당 1% 안팎이었다. 이번 아람코의 조치는 프리미엄을 부과하는 게 아니라 제공하겠다는 조치여서 실질적 가격 효과는 더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간 우리나라는 중동에서 7억6436만6000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우리나라 원유 전체 수입량의 82.4%에 해당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은 같은 기간 2억7939만 배럴에 달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가공하는 원유 100%가 사우디아라비아산이다. 우리나라는 수입한 원유를 정제·가공해 50%가량을 다시 수출한다. 최근 저유가 현상으로 수출 마진(이익)폭이 커지면서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6239억 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