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새로워져야 할 北核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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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 정치부 선임기자

1차 북핵 위기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간 국제사회가 고안해온 대북 정책은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과 ‘유엔이 중심이 된 경제적 제재’로 요약된다. 하지만 미국이 제안한 것을 중국이 결재하고 제재 리스트만 찔끔 늘리는 식의 이런 정책은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 북은 더 악해졌고 더 강해졌다. 4차 핵실험에 이어 이번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다. 북핵 해법이 전적으로 바뀌어야 할 이유도 분명해졌다.

기존 북핵 문법에 있어 가장 큰 실수는 미국과 중국의 역할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중국에 북한은 무엇인가. 여전히 자산이자 지렛대이며 ‘자기 정책의 인질’(천영우 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이다. 중국은 그간 북의 핵 도발 때마다 에너지·식량 공급 중단 같은 강경책을 고려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며칠 전 평양을 방문한 우다웨이(武大偉)는 빈손으로 귀국한 것 같다. 톈안먼(天安門) 군사 열병식에 와달라고 애걸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의 4차 핵실험 이후 30일이 지나도록 박근혜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중국은 그런 나라다.

미국에 북한은 무엇인가. ‘전략적 인내’는 ‘전략적 무시’의 다른 표현이다. 무엇보다 세계에는 미국이 북한에 앞서 신경 써야 할 데가 많다. 미국 내 일각에서 추진하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북한과 거래하는 대부분이 중국 기업인데 미국이 중국과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이들 기업을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때론 중국을 설득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점, 강대국을 움직이는 힘은 도덕심이 아니라 국가이익이라는 점을 깨닫는 데에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평화적 해법이 실패했다고 전쟁이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 어떤 전쟁 시나리오도 결말은 파멸이다. 미국이 강력한 핵 보복 능력으로 북의 핵 공격으로부터 남쪽을 막아줄 것이라는 ‘핵우산론’이나 ‘확장억제론’도 완전무결한 방안은 아니다. 서울 상공에서 북핵이 터지고 미국의 핵 보복이 이어진다면 대한민국 역사는 50년 전으로 후퇴할 것이다. 핵 공격을 사전 탐지해 선제적으로 막는다는 ‘외과수술식 타격’도 실현 불가능한 개념에 불과하다.

결국 대안은 평화적 방안에 천착하되 기존 문법을 극복하는 해법을 발견해내는 것이다. 그 전제는 ‘동결’ 내지는 ‘확산 방지’가 아닌 ‘폐기’ 전략이어야 한다는 것, 핵무기는 단 한 개만으로도 충분히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남쪽에서는 미·중 강대국에 국가 운명을 맡기는 안보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자주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다층(多層) 핵 방어체계를 굳건히 하는 게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북쪽 내부의 변화가 중요하다. 주민들의 점진적인 의식화와 정치세력화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김정은 권력의 붕괴를 이끌어내고 핵의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체를 완성하는 것이다. 남은 북의 이런 변화를 추동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통일로 가는 길이고, 지금 한반도 남쪽에 던져진 ‘명백한 운명’이라고 믿는다.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