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옵션 횡포·法 무시… 바가지 여행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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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이지 않는 해외여행 피해

작년 여행사 분쟁 1만3591건
여행사 귀책 사유가 절반 이상
신혼여행 위약금 과다요구 65%
동의없는 일정·숙박 변경 20%

현지 발생문제 소비자가 떠안아
피해 증빙 자료 꼼꼼히 챙겨야

직장인 김수남(32) 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 한 여행사의 중국 여행 패키지를 이용했다가 불쾌감만 가지고 돌아와야 했다. 현지 가이드가 자유여행 시간에도 ‘옵션 쇼핑·관광’(선택쇼핑 및 관광) 일정을 일방적으로 진행하거나 압박했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김 씨 일행에게 “적어도 옵션 3개 이상은 포함해야 우리도 수익이 난다”며 일부 여행객의 반대에도 불구, 쇼핑 가게 앞에 내려주거나 선택관광을 사실상 강요하곤 했다. 김 씨와 일행 중 일부가 “옵션을 선택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는 광고와 다르다”며 항의하자 가이드는 진행 일정을 지체하거나 김 씨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기분 나쁜 말을 하기도 했다.

대학생 최고은(여·24) 씨도 지난해 말 TV 홈쇼핑을 통해 계약한 보라카이 여행 상품을 이용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홈쇼핑에서 새로 지어진 호텔 시설과 조식으로 해산물 특식 등을 소개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호텔은 공사를 마치지 않은 상태였고 세면대에선 흙물이 나오기도 했다. 해산물 특식은 새우 꼬치 하나가 전부였다.

귀국 후 여행사에 문제를 제기하자 “다음에 또 우리 여행사를 이용하면 7%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상품을 판 홈쇼핑 업체는 “여행사에 문의하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주부 이가영(30) 씨는 지난해 8월 몰디브로 가는 신혼여행 상품을 계약하고 대금 750만 원을 여행사에 지급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출발 3개월 전 신혼여행을 취소해야 했다. 여행사는 특약을 내세우며 대금의 절반 이상인 480만 원을 위약금으로 요구했다. 뒤늦게 이 씨는 특약을 살폈고, 표준약관과 달리 높은 수준의 위약금이 설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관광일정이 계약 내용과 다르거나 예약 취소 시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는 등 여행업체의 횡포로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설 연휴 등 해외여행객이 몰리는 시기에 소비자 피해는 평소보다 더 늘어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여행을 떠난 한국인은 1931만 명으로 전년보다 20.1%(323만 명) 증가했다. 증가 폭만 보면 2010년(31.5%)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수치다.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는 만큼 여행사 관련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여행사와 여행객 간에 분쟁이 발생한 건수는 지난해 1만3591건이었다. 2014년에는 1만2842건, 2013년 1만1591건이었다. 이 중 계약 해제 및 해지와 관련된 다툼이 상당수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해외여행 피해구제 신청사유 중 여행일정이나 숙박지 임의 변경, 옵션쇼핑 관련 불만 등 ‘여행사 귀책사유’로 인한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행사의 일방적인 횡포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신혼여행 등 특약이 적용되는 해외여행 상품의 경우 표준약관에 비해 위약금 부담도 크다. 소비자원이 201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접수된 신혼여행 관련 소비자 피해 210건을 분석한 결과 ‘과다한 위약금 요구’ 피해가 138건으로 65.6%를 차지했다.

신혼여행 특성상 고가 비용이 소요돼 여행 취소에 따른 소비자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또 여행사는 소비자에게 특약 내용을 미리 알리고 소비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여행사 임의로 여행일정이나 숙박지를 변경하는 경우도 20.5%(43건)로 적지 않았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일정을 변경할 경우 소비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여행사는 여러 이유를 들며 구두로만 변경 내용을 전달하는 등 소비자 보호에 뒷전이다.

값싼 가격에 솔깃해 무작정 해외여행을 예약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싼 가격만큼 가이드 팁이나 옵션쇼핑 등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현지 가이드의 불성실이나 과실, 옵션쇼핑 강요 등은 특별한 보상 규정이 없어 분쟁 발생 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인 만큼 이를 증명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약관을 꼼꼼히 따졌더라도 현지에서 발생한 문제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소비자가 피해 발생 이후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도 여행사의 안일한 대처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여행 중 발생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여행사는 여러 이유를 대며 적극적으로 보상하거나 대처하지 않으려 한다”며 “계약 내용과 다른 일정이나 광고와 달리 옵션쇼핑 등을 강요당했다면 현지에서 최대한 증빙자료를 모아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그래픽 = 하안송 기자 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