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개성공단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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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 논설위원

“마시멜로로 채운 작고 둥근 파이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을 서서히 변화시킬 것이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지난 2013년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 초코파이가 북한에 ‘황색 바람(자본주의 문화)’을 일으키는 상징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시멜로와 촉촉한 초콜릿의 맛이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일으킬 것이라는 서구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10일 단행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로 12년 만에 ‘초코파이 실험’은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한때는 북한에서 화폐처럼 통용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킨 초코파이는 북한 측이 지난 2014년부터 간식으로 지급하지 말 것을 우리 측에 요청하면서 공급이 중단됐다. 대신 북한이 초코파이를 본떠 만든 ‘경단설기’라는 제품이 공급됐지만 예전의 초코파이 인기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북한 근로자 5만2000여 명이 일했던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뒷돈을 써서라도 개성공단에 취직하려 할 정도로 치열했다. 다른 곳에서 일해 봐야 배급 나오는 것 이외에는 없지만 개성공단에서 일하면 월평균 141달러 중 상당 부분을 당에서 가져간다 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주 기업들이 매일 3∼4개씩, 야근을 하면 10개씩 간식으로 주는 초코파이는 북한 돈으로 장마당에서 개당 700∼800원(북한군 대대장 월급이 5000원)에 팔 수 있기 때문에 귀한 물건이었다. 잔칫상에 초코파이가 얼마나 올라가느냐에 따라 부(富)의 척도가 되고 아플 때 죽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이후로 봉지 커피믹스, 라면 등이 간식으로 지급됐지만 초코파이 인기를 넘지 못했다.

이제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도 중단되고 국제 제재가 더 엄격해지면 북한 주민들은 그나마 간헐적으로 누려오던 자유 국가의 문화를 접할 수 없다. 중국을 통해 흘러들어갈 수는 있지만 ‘짝퉁’에 불과할 것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북한은 자유의 바람이 들어가도 좀처럼 변화될 조짐이 없다. 자유와 자본주의를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조선왕조→식민지→김 씨 왕조로 편입된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 체제가 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느끼는 순간 변화는 바람처럼 찾아온다. 이를 위해서도 북한인권법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