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면전시 核무기 사용 가능성 높다”

“北, 군사격차 뒤집을 카드”
국책기관 核전쟁 첫 경고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발 시 남북 간 재래식 군사력 균형 및 국력 격차를 고려할 때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국방정책연구를 총괄하는 국방부 부설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국방정책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북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부형욱 국방전략연구실장과 임지은 연구원은 북한 4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1월 18일 주간 국방논단에 발표한 ‘미래 한반도 전쟁 양상: 새로운 접근’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부 실장 등은 “북한 핵무기가 완성 단계에 진입한 것을 고려해 전면전 발발 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반드시 검토해야 할 이슈로 상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군이 ‘공세종말점(공세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점)’에 도달한 이후 첨단전력을 구비한 한·미 연합전력이 반격작전을 감행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부 실장은 “이 경우 김정은은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김정은은 최후의 주사위를 던지는 심정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은 1인 독재체제로서 정책 결정 과정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보다 단순화돼 있어 핵무기 사용 결정이 우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또 “국가의 불안 상태가 심화될 경우 폭력전문가와 관료진이 권력 엘리트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병영국가 가설’을 상기할 때 북한 집단지도체제의 호전성은 핵무기를 통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핵무기와 관련한 과거의 상호 확증파괴의 ‘공포의 균형’ 공감대와 무관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극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며,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어떤 전략을 취하게 될지 예측하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 이후 미국의 핵 보복을 면하기 위해 기만과 역정보를 제공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부 실장은 “북한은 한·미 동맹의 결정을 교란하기 위해 혼란한 상황 속에서 자신들이 핵 통제권을 상실했기 때문에 핵이 사용됐다고 공표할 수도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한·미 동맹이 결정적인 핵 보복을 주저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