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에 금리인하 압박’ 명분 약해지나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시장에서 ‘약발’을 잃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과 유럽에서 각각 엔화와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나타내는 등 환율이 중앙은행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서, 우리의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대응책으로 한국은행에 가해졌던 ‘금리 인하 압박’의 명분도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오전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엔 환율은 2년 만의 최고치인 100엔당 1070원대로 올라섰다. 달러당 엔화 값은 110엔대까지 치솟았다.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국채에 돈이 몰리고, 여기에 지난 10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경제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엔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유럽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했음에도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오히려 유럽 은행의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랜 기간 이어진 양적완화 기조로 지나치게 많은 유동성이 시장에 유입됐다”며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얻는 데 마지막 순간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환율 및 경기부양의 상관관계가 미미해지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던 목소리도 줄어들고 있다. 정 연구원은 “국내에서 금리인하 압박이 거세지만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실물 경제에 대한 긴 호흡으로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의 연결고리를 읽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