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닮은 꼴’ 푸틴 - 에르도안, 왜 대립각 세우나

‘强한 러시아’ vs ‘强한 터키’… 內治 불만 돌리려 ‘강경 충돌’

5년 동안 무려 47만 명의 사망자를 낸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의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21세기형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64) 대통령과, 독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통제에 대한 비난을 무마시키려는 ‘터키의 푸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2) 대통령이 시리아 문제를 두고 갈등을 보이며 평화를 요원하게 하고 있다.

◇깊어지는 러시아-터키 갈등= 지난 15일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주 아자즈의 학교와 병원에 러시아의 폭격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민간인 50명 이상이 사망했다.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전하고 비난한 것은 시리아 언론도 수많은 미국 언론도 아닌 터키였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이날 공격에 따른 속보를 실시간으로 다뤘고,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터키 총리는 “러시아 카스피해 함대의 탄도미사일이 시리아의 여성과 어린이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다우토을루 총리는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와 회담 중 “러시아 정치의 신개념은 확장주의와 공격성”이라고 밝히며 러시아 비난에 열을 올렸다.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과 전화 통화로 시리아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습이 시리아 북부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문제에 있어 어느 국가보다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러시아도 터키의 도발에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관계자의 말을 인용, “터키에 격분해 있는 푸틴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초강경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터키의 전폭기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터키산 농산물 수입 금지, 터키 노동자 추방 등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달 초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의도 거절한 바 있다.

◇강한 러시아 ‘환각 효과’ 노리는 푸틴= 정부 예산의 절반을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는 유가 급락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았다.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을 계기로 서방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며 직접투자 감소 등의 국제수지 악화, 고정자본에 대한 투자 감소, 소매유통 위축, 루블화 약화, 인플레이션율 증대 등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러시아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악한 국내 경제 사정 탓에 푸틴의 지지도 90%도 위협받고 있다. 당초 크림반도 병합 등이 가져온 민족주의와 초강대국의 위상을 되찾았다는 러시아 국민의 자부심이 ‘집단 환각 효과’를 일으켜 푸틴의 높은 지지율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러시아과학원 사회학연구소는 최근 경제난의 화살이 크렘린궁으로 돌아가 푸틴의 지지율을 위협하기까지는 채 1년이 남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지난해 말 타임의 새해 전망 기고문에서 “푸틴이 새로운 외국의 희생양을 찾으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난에 따른 화살을 새로운 적에게 돌려 환각 효과를 이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유라시아그룹은 이 같은 이유로 ‘2016년 세계 10대 리스크(위험)’ 보고서에서 ‘지도자의 불예측적 행보’를 일곱 번째 위험 요인으로 올리며 푸틴을 첫손에 꼽았다.

브레머 회장의 예측과 같이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척결을 명분으로 한 시리아 반군에 대한 공습을 확대한 이후 서방의 강력한 반발에도 공격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터키가 영공 침범을 이유로 자국 전폭기를 격추하자 터키에 대한 각종 제재와 터키가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집중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강한 터키 일구려는 에르도안= 유라시아그룹은 ‘2016년 세계 10대 리스크’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에르도안 대통령을 예측하기 힘든 행보의 지도자로 꼽았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자신이 창당한 정의개발당(AKP)이 압승을 거두며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현재 총리가 실권을 쥔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에 국민이 저항의 목소리를 내자 에르도안은 국내 비판 세력을 비난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터키 검찰은 지난달 대통령을 ‘하찮은 독재자’라고 비판한 제1야당 대표를 대통령모독죄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고,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평화를 촉구한 탄원서에 서명한 대학교수들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외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내의 복잡한 정치 상황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과 맞서며 연일 이슈를 만들어 권위주의에 대한 반발을 무마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