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한국판 프리메이슨’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이 쓴 스릴러 소설 ‘다빈치 코드’가 10년 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루브르미술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계기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 등에 숨겨진 암호를 풀면서 기독교를 둘러싼 비밀에 접근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으로 탄생한 비밀 결사조직은 성배의 비밀을 알아냈지만, ‘이단’으로 몰려 처형됩니다. 그들이 찾아낸 기독교의 비밀은 영원히 묻히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그들의 후예를 자처한 ‘프리메이슨’이란 비밀조직이 스코틀랜드에서 표면 위로 나옵니다. 이들은 과거 골프 규칙의 초석을 만들었고, 첫 골프대회인 ‘실버컵’을 창설하는 등 지금의 골프로 발전시켜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오는 3월 29일 정기 총회에서 임기가 끝난 구자용 회장의 뒤를 이을 후임 회장을 선출합니다. KLPGA의 회장 선출은 총회의결 사안입니다. 그런데 사전에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독특한 전통이 있습니다. KLPGA 역대 회장을 지낸 ‘고문단 모임’에서 사실상 차기 회장을 결정합니다. 차기 회장을 낙점하기 위한 고문단 모임이 25일에 첫 만남을 가졌고 다음 주에도 예정돼 있습니다. 고문단은 선수 출신의 한장상, 김성희, 기업인 출신의 성하현, 이관식, 조동만, 홍석규, 선종구, 구자용 회장 등으로 모임에 4∼5명이 나온다고 합니다. KLPGA 관계자는 고문단에서 각자 생각해 둔 회장 후보를 추천한 뒤 가장 많이 거명된 인물을 새 회장으로 추대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누가 어떤 후보를 추천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후보로 5∼6명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고 합니다.

KLPGA는 고문단 모임의 뜻을 딱 한 번 ‘거역’했고 혹독한 대가를 치렀습니다. 2011년 선종구 회장이 회원들의 탄핵으로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중도 사퇴한 뒤 회원들이 옹립한 구옥희(2013년 작고) 프로가 회장으로 선출됐지만 일부 회원이 “선출 상의 문제가 있다”며 반발해 하차했습니다. 집안싸움 이후 회장 공백 사태는 6개월이나 계속됐고 이 탓에 후원기업들이 외면, 대회 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고문단 모임이 재가동돼 구자용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KLPGA투어는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올해엔 33개의 공식 대회가 열리고, 총상금 규모는 사상 최고인 200억 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KLPGA의 ‘고문단 모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골프 탄생의 초석이 됐다며 ‘한국판 프리메이슨’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수렴청정’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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