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장인’ 김태호의 강호동, ‘개척자’ 나영석의 유재석을 꿈꾸다

유재석과 강호동, ‘국민 MC’ 쌍두마차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다시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김태호와 나영석, ‘국민 PD’는 여전히 ‘2강 체제’를 확고히 다지고 있죠.

두 PD의 가장 큰 공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예능의 확장’입니다. 2000년대 중반 각각 MBC ‘무한도전’과 KBS 2TV ‘1박2일’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예능은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인기는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죠.

두 PD 곁에는 걸출한 MC가 있었습니다. 김 PD에겐 유재석, 나 PD에겐 강호동이 키플레이어였죠. 유재석과 강호동이 없는 ‘무한도전’과 ‘1박2일’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무한도전’에는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고, ‘1박2일’은 강호동을 떠나 보낸 후 다시 정상화되기까지 약 3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김 PD와 유재석, 나 PD와 강호동은 확실히 궁합이 잘 맞습니다. 현재 유재석이 진행하는 타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지지부진한 반면, 김 PD와 함께 만드는 ‘무한도전’만큼은 건재합니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강호동도 나 PD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새롭게 선보인 ‘신 서유기’에 투입되자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죠.

여기서 한 가지 바람을 가져봅니다. 김 PD가 강호동과, 나 PD가 유재석과 만난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요? 김 PD가 전성기 시절 ‘1박2일’의 시청률을 40%까지 끌어올렸던 ‘돼랑이(돼지+호랑이)’ 강호동을 스튜디오라는 우리에서 꺼내 야생에 풀어놓고, ‘꽃보다 청춘’과 ‘삼시세끼’ 등을 통해 캐릭터 구축과 설정의 마술사라 불리는 나 PD가 유재석의 새로운 면모를 이끌어낸다는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납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김 PD는 10년째 ‘무한도전’을 빚어온 ‘장인’입니다. 나 PD는 지상파를 떠나 끊임없이 도전해 온 ‘개척자’죠. 김 PD가 강호동과 손잡으려면 ‘무한도전’만을 위해 살아온 그가 ‘외도’를 해야 합니다. 반면 CJ E&M 소속인 나 PD의 예능에 출연하려면 그동안 한 번도 케이블 채널에 출연한 적이 없는 유재석이 ‘외유’를 해야 하죠. 누군가가 바라는 그림이 그려지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원치 않을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김 PD와 유재석이 ‘무한도전’을 10년간 이끌고, 나 PD가 KBS를 퇴사한 후 ‘신 서유기’로 강호동과 다시 만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죠. 결국 인생은, 그리고 예능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바라봅니다. ‘장인’ 김태호의 강호동을, 그리고 ‘개척자’ 나영석의 유재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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