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기행>전통 手작업 그대로 … 100년 넘도록 꺼지지 않는 용광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불꽃 큰아들 성일 씨가 달구어진 쇠붙이를 망치로 두들겨 농기구의 모양새를 잡고 있다. 쇠망치를 내려칠 때마다 달구어진 쇠붙이에선 수백 개의 불꽃이 튀어나와 짧고 화려한 생을 마감하고 대장간 곳곳으로 스며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호미의 탄생 작은 강철 조각이 담금질과 망치질을 통해 호미로 태어났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기다림 난타 끝에 태어난 호미들이 벽 한쪽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산에 비해 비싸지만 장인정신으로 탄생한 연산대장간 호미는 가볍고 단단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골라 보세요 대장간 입구에 각종 농기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붉은 용광로 용광로의 시뻘건 불길 속에서 쇠가 달구어진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망치질 작은 농기구 하나도 1000번의 망치질을 해야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날 세우기 달구어진 쇠를 두드린 후 그라인더에 갈아서 날을 세운다.

‘代잇는 삼 형제’ 논산 연산대장간

쇠망치가 벌겋게 달구어진 쇠를 두드린다. 탕, 외마디 굉음에 수십 개의 불꽃이 붉은 쇳덩어리에서 튀어나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한쪽 벽면에선 난타 끝에 태어난 호미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충남 논산시 연산장터의 대장간 풍경이다.

바람이 순하다. 겨우내 창고에 모셔두었던 농기구를 손질하는 농부들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새봄을 맞아 전통방식으로 튼튼한 농기구를 만드는 곳을 찾아 나선 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시골살림 일상에 필요한 농기구를 파는 평범한 철물점이다. 하지만 키 큰 농기구들의 사열을 받으며 철물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온통 쇠로 만든 세상이 펼쳐진다. 굳은 땅 파는 벽채호미, 조선낫, 약초괭이, 쇠스랑, 식도…. 용광로에서 나온 쇳덩이들은 대장장이의 손을 거치며 온갖 종류의 농기구들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해 고향에 조그만 텃밭을 일구기 위해 호미와 낫을 샀는데 얼마 쓰지 못하고 날이 무뎌지고 자루가 떨어져 나갔다. 나중에야 중국산인 걸 알았다. 이렇듯 값싼 중국산 농기구들이 몰려들고, 대장장이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나가면서 대장간도 하나둘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갔다. 그러나 100년 넘게 용광로에 불이 꺼지지 않는 연산대장간에는 삼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삼 형제 대장장이가 있다. 큰형 류성일(51), 둘째 성필(49), 삼남 성배(45) 삼 형제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삼 형제는 자기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신 부친의 장인정신을 잇기 위해 대장간으로 모여들었다.

“아버지가 떠나시고 집안일이 끝났다는 아쉬움이 컸어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큰아들 성일 씨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실한 부친의 농기구 제작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났다. 날이 무디어지고 부러지는 농기구는 언제라도 새것처럼 다듬어주어 대전 인근의 농촌마을까지 단골이 많았다.

“쇠를 두드릴 때 행복해요. 어머님이 반대하셨지만 제 몸속에도 대장장이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느꼈어요.”

값싼 중국산 농기구가 넘쳐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랬듯이 혼이 담긴 우리 농기구를 만들고 싶다는 젊은 형제 대장장이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 피어난다.

연산=사진·글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