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 바라고 검찰서 말하다 일 커져”

■ 권춘식 일문일답

“千선생 작품 3개 그려봐
원본도 확인 안하고 말해
손녀 입학식후 고백 결심”

―주장을 이번에 번복하게 된 계기는.

“생각해보면 나도 천경자 선생님의 미인도처럼 기구한 팔자다. 며칠 전 외손녀 초등학교 입학식에 다녀왔다. 천 선생님 위작과 관련해 할아버지의 어두운 과거가 자꾸 거론되는 것이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다. 내 직업은 고서화 복원 전문가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남고 싶다. 천 선생님 미인도와의 인연을 이것으로 정리했으면 좋겠다. 내 위작 고백에 대해 참담한 마음으로 경솔했던 점 깊이 사죄드린다.”

―1999년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왜 미인도를 본인이 그렸다고 주장했나.

“당시 검찰에서 다른 작품 위작 여부로 조사를 받을 때, 실형에 대한 걱정이 큰 상태에서 무언가 큰 ‘건’을 제보하면 감형이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미인도’ 얘기를 꺼냈는데, 일이 이렇게 커졌다. 당시 정황상 그림 원본도 확인해 보지 않은 상태였고, 이전에 내놓지는 않았지만 세 작품 정도 천 선생님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어서 그 그림들과 혼동했던 것 같다. 어쨌든 ‘미인도는 내가 그렸다’가 아니라 ‘내가 그린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겨 두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미인도를 직접 본 적이 있나.

“사실 확신이 나도 안 섰기 때문에 2001년 출소 후 한 방송사 제작팀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아가 진품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보진 못했다.”

―미인도가 본인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 계기는.

“방송사 부탁으로 얼마 전 미인도 복사본을 보고 따라 그린 적이 있다. 그런데 처음 접하는 낯설고 생소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원본 그림 크기가 4호도 안 된다고 해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미인도 사이즈는 27×22㎝) 그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천 선생님의 4호 미만 그림은 한 번도 그린 적이 없고, 게다가 그렇게 작은 그림은 별로 돈도 되지 않아 위작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도 대부분 그리지 않는다.”

―본인이 생각할 때 미인도는 진품이라고 보나, 위작이라고 보나.

“진품이라 생각한다. 위작을 직접 그려봐서 안다. 그리기 쉽지 않았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필치도 그렇고, 특히 머리 갈기 부분을 모사할 때 머리 좌측 부분 채색의 변화와 표현이 어려웠다. 여성 특유의 필치와 색감의 변화 등을 보고 처음으로 천 선생님의 작품이 맞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