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중도 클린턴 좌향좌 시킨 샌더스

불평등 이슈로 예상밖 선전에
유세 초점·정책 변화 이끌어

“아직 35개 주 경선이 남아있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확정되는) 오는 6월까지 우리의 정치 혁명은 계속될 것입니다.”

미국 민주당의 예비 대선후보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지난 1일 치러진 미국 ‘슈퍼 화요일’ 경선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샌더스 후보는 이날 동시 경선이 실시된 11개 주 가운데 4개 주에서 승리를 거머쥐면서, 현재까지 슈퍼대의원 22명을 포함해 총 427명의 대의원 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슈퍼대의원 457명을 비롯해 총 1052명 대의원의 지지를 받아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비하면 절반도 채 안 되는 성과지만, 경선 완주를 선언한 사회주의자 샌더스 후보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4월 샌더스 후보가 대선 출마를 발표한 이후, 민주당 주류 진보주의자들과 좌파 진영 인사들 사이에서는 “클린턴 후보를 민주당의 정통 가치를 홍보·대표하는 대변인으로 만드는 데 샌더스라는 말(horse)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샌더스 후보가 제기하는 불평등 이슈가 친(親) 월가 정책 등을 내세우며 중도 노선을 걷던 클린턴 후보를 좌향좌시키는 데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샌더스 효과’는 한편으론 기성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불만이 많았던 젊은층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일 문화일보에 “남은 경선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얼마나 더 버티면서 클린턴 후보를 극좌파 쪽으로 끌어들일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주 경선 등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클린턴 후보는 샌더스 후보의 좌파 노선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지만, 샌더스 후보가 예상외로 선전하는 등 자신이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잇따르자 불평등 이슈에 대해 초점을 맞추며 정책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