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더 늘어난 官피아 차단 위한 근본 대책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근주 /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료와 관계 기관 및 단체 간의 유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 퇴직 공무원의 취업제한을 강화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른바 ‘관(官)피아’는 지난해 426명으로, 세월호 이전인 2013년 264명에 비해 120명 이상 늘었으며 2014년의 209명과 비교하면 1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취업제한을 강화했다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심사를 받아야 하는 기간이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었으며, 대상 기관도 확대됐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의 실적을 보면 제도 개선 이후 ‘관피아’의 규모를 줄이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다른 문제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장 자리에는 민간인 출신을 영입해 여론의 화살을 피한 후 퇴직 관료에게 차서열 실세 직위나 핵심 보직을 맡기는 등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우회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취업심사의 업무 관련성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의 모호성은 권력 기관이나 고위직 출신과 하위직 공무원 간에 차별적인 적용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2013년부터 3년간 국가정보원, 대통령경호실, 대검찰청, 대통령비서실 등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 공무원의 취업승인율은 96%를 웃돌며, 이 중 일부 기관은 취업승인율이 100%였다. 이는 같은 기간 취업심사를 받은 전체 퇴직 공무원의 평균 82%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이며, 평균 취업승인율이 2013년부터 매년 낮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권력기관에는 취업제한 기준을 관대하게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과 소방관의 경우 다른 공직자에 비해 과하게 취업제한을 받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해 3~8월 중 취업심사 대상 공무원 302명 가운데 취업제한 처분을 받은 공무원의 46%가 경찰관 또는 소방관이었으며, 이 중 63%가 7급 이하였다. 아파트와 건물 경비원, 생산직 사원, 철도 건널목 관리원으로 재취업을 원하던 경위 이하급 경찰관 18명이 무더기로 취업제한 결정을 받은 사실도 있다. 하위직 공무원의 재취업이 민·관 유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에 의해 비합리적으로 제한 받고 있는 것이다.

취업제한은 퇴직 예정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을 목적으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 부정한 유착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직 근무 중 수행한 업무와 관련된 민간기업이나 협회에 취업한 후 근무했던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제도지만 운영 성과는 국민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결정적으로,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인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실제 줄었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는 취업제한에만 초점을 둔 민·관 유착의 해결 방식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다. 취업을 제한한다고 해서 반드시 민·관 유착이 해결되는 건 아니며, 그 행태가 더 은밀해질 수도 있기에 취업을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퇴직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취업을 제한하기보다는 공직자와 민간의 실제 유착 ‘행위’를 적발·처벌하고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김영란법’ 원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이해관계 충돌 방지’ 부분이 빠지고 부정청탁 방지와 관련된 내용만 반영된 건 안타까운 일이다. 민·관 유착이 갖는 사회적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 입법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