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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와 나 게재 일자 : 2016년 03월 04일(金)
“CEO로 롱런 비결은 골프 스윙·멘털과 같은 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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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국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 마련된 타이틀리스트 전시장에서 골프볼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1977년 대학가요제에서 ‘나 어떡해’로 대상을 받은 샌드페블즈. 오른쪽 두 번째가 리드보컬 겸 드럼을 맡았던 김영국 대표다. 김영국 제공
김영국 아쿠쉬네트코리아㈜ 대표

김영국(59) 아쿠쉬네트코리아㈜ 대표가 외국계 스포츠용품사에서 CEO로 일한 지 벌써 20년이 넘는다. CEO가 직업이랄 수 있다. 1994년 나이키를 시작으로 1999년 테일러메이드 유한회사 지사장을 거쳐 2004년부터 타이틀리스트와 훗조이 골프용품을 판매하는 아쿠쉬네트에서 13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외국계 회사는 냉혹하리만큼 능력을 따진다. 그래서 CEO의 재임 기간이 짧은 편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만난 김 대표는 ‘바람 잘 날 없는’ 외국계 회사에서 롱런하는 비결을 ‘일관성’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골프에서 멘털과 스윙의 일관성이 있어야 하듯이 경영자 또한 규칙적인 생활로 자기를 관리하고, 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 CEO’라는 화려한 타이틀은 물론 대가가 따랐다. 직원들은 그를 ‘움직이는 종합병동’이라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미국 본사와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통에 한밤중에도 회사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다. 이로 인해 6년 전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2013년엔 위암 판정을 받아 위를 3분의 2를 절제했다. 최근엔 목 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인공 디스크를 삽입했다. 김 대표는 “(건강이 좋지 않아) 골프채를 제대로 잡기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며 “골프장에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나이키 부장 재직 시절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라운드 나갈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전형적인 주말골퍼였다. 수술대에 오르기 전 월 3∼4차례 필드에 나갔다. 타이틀리스트 용품사 사장이 된 뒤엔 오해를 받곤 했다.

김 대표는 “용품사 사장 명함을 건네주면 사람들이 ‘프로 수준’으로 알고 긴장한다”며 “그래서 동반자에게 어디 가서 오늘 라운드 비밀은 꼭 지켜 달라고 항상 요청한다”고 귀띔했다. 동반자들은 김 대표와 함께 딱 한 홀을 돌면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리곤 웃음으로 화답한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김 대표의 골프 기량이 모자란다는 뜻이다.

김 대표에게 쨍하고 해 뜰 날이 찾아왔다. 디스크 수술을 받고 완치 판정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경기 하남시 캐슬렉스 골프장에서 베스트 스코어 79타를 남겼다. 오래전 만들어진 골프장이어서 포대그린이 많아 홀 공략이 까다로운 곳이었다. 김 대표는 “그날따라 치는 족족 그린에 올라갔고, 볼이 홀을 찾아다닐 정도”라며 “이른바 ‘그분’이 오신 날이었다”고 기억했다. 골프 입문 15년 만에 첫 ‘싱글패’를 받은 김 대표는 “연습하고, 몸 만들 여건도 안 돼 골프를 잘 치겠다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며 “하지만 그날만큼은 욕심을 다 채웠다”고 설명했다.

CEO이기에 회사 업무와 직원을 챙겨야 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머리 아픈 일이 산적하다. 골프를 하는 순간만큼은 ‘자유’를 얻지만 역시 대가가 따른다.

김 대표는 “친구들과 골프내기를 자주 하는 편인데 승률은 아주 낮은 편”이라며 “주로 내 주머니에서 밥값이 나온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골프 기량이 떨어지는 건 ‘음악’ 탓도 있다. 김 대표는 요즘도 대학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밴드 멤버들과 뭉쳐 주말마다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대표는 ‘7080’의 대표적 노래인 ‘나 어떡해’를 부른 ‘샌드페블즈’ 멤버다. 서울대 2학년이던 1977년 ‘샌드페블즈 6기’로 제1회 대학가요제에 참가, ‘나 어떡해’를 불러 대상을 받았다. ‘나 어떡해’는 전국 노래방에서 누적집계로 지금까지 가장 많이 불린 노래다. 김 대표는 드럼연주를 맡았다. 이후 축제 때마다 불려다니는 인기스타가 됐고, 굴지의 음반사에서 가수활동을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가수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다. 멤버들 대부분이 입대했고, 또 집안에서의 반대도 심해 3학년이 된 뒤 후배들에게 ‘바통’을 물려주고 학업에 전념했다. 대학 졸업 후 각자 사회생활을 하다 2003년 7080 콘서트 등 방송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무대에 오를 기회가 찾아왔다. 1년에 2∼3차례 방송에 출연하고 주말에 모여 공연 활동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이면 ‘나 어떻게’ 탄생 40주년이기에 대대적인 기념공연을 기획 중”이라며 “밴드 멤버 중에선 골프 실력이 좋은 축에 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타이틀리스트는 세계 골프용품 업계의 ‘종갓집’ 같은 곳”이라면서 “골퍼에겐 신뢰를 심어준 골프용품의 대명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게 타이틀리스트의 정체성에 관해 물었다. 아쿠쉬네트는 지난 80년 동안 골프볼, 골프클럽을 만들어 온 타이틀리스트와 골프신발, 장갑, 의류를 160년 동안 생산해 온 훗조이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골프용품 기업.

지금은 한국기업인 휠라 컨소시엄이 대주주로 있기 때문이다. 소위 ‘메이드 인 코리아’가 맞느냐는 논란의 중심에 선 것. 이 회사가 미국의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을 때 미국의 대형 스포츠용품사는 물론 일본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국내 기업의 몫이 됐다. 투자금을 회수하고 회사를 쪼개 팔아 이윤을 챙긴 뒤 공중분해 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인수 후 이익금이 두 배로 뛰었다.

올해까지 투자금을 모두 갚게 되면 한국기업인 휠라가 증시에 상장, 경영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5년 전 미국인들은 아쿠쉬네트가 외국 기업에 팔려 자존심이 상했다”며 “골프용품 최고의 브랜드를 한국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져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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