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野 공천,‘최악의 19代’ 의원 절반 이상 물갈이하라

유권자가 4년 임기의 국회의원을 심판할 수 있는 기회는 선거 때뿐이다. 국회 활동 여하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고 의무다. 제19대(代) 국회는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역대 최악’의 기록들을 쏟아냈다. 정치 불신 여론이 90%를 오르내린다. 역대 어느 국회 때보다 더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 여야(與野) 각 정당은 공천 단계에서부터 이런 ‘국민의 명령’을 엄숙하게 받들어야 한다.

4·13 총선이 불과 한 달여, 후보 등록일(24~25일) 기준으로는 2주 남짓 남았다. 새누리당은 지난 4일 1차에 이어 곧 2차 공천 발표를 할 예정이고,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 10명 컷오프(공천 배제) 발표에 이어 8일 중진 정밀 검증 결과를 내놓는다. 그런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대규모 물갈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말로만 상향식 공천, 안심번호 경선 등 ‘공천 혁신’을 내세웠지 정작 현역 교체 비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 4년 전 19대 공천의 경우, 현역 중 공천을 받지 못한 비율(비례대표 포함)이 새누리당 41.7%, 민주통합당 27.0%였다. 선거 결과 새누리당은 참패 예상과 달리 단독 과반인 152석을 확보했다. 민주통합당은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 예상에도 불구하고 127석에 그쳤다.

효율성·전문성·도덕성 등 여러 분야에서 최악 평가를 받는 19대 국회에 비해 20대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각 당이 옥석을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 역대 국회의 2~4배나 되는 1만여 안건이 처리되지 못했다. 5개월 동안 국회가 정지된 적도 있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은 3년이 넘도록 처리가 안 됐다. 식물국회의 주범인 국회 선진화법조차 시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각 정당은 최소한 19대 새누리당의 현역의원 낙천 비율보다 높은 절반 이상을 공천 단계에서 걸러내는 것이 옳다. 막말, 갑질, 부패로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꼭 필요한 국회의원’임을 입증하지 못한 의원은 전원 배제해야 한다. 현역 모두 교체하자는 과격한 여론도 만만치 않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공천 룰은 정당 내부의 문제다. 국민은 어느 정도 물갈이를 하고, 그 빈 자리에 어떤 사람을 내세우는지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