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소극 행정’ 없애야 政府혁신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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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정부는 관료제를 형성해 시장이 수행하지 못하는 분야, 즉 공적 서비스를 공급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한다. 정부를 구성하는 관료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른 역할을 기대받는다. 치안 유지를 위한 야경국가 또는 ‘최소한의 정부’ 시절에는 공무원에게 소극적인 역할이 요구됐다. 시장의 기능이 위축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정은 금물이었다.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정부 관료들에게 요구되는 행정 덕목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성숙한 시장이나 유치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관료는 기획과 혁신적 리더십을 발휘해 시장을 선도하고 수요를 창출하는 역할까지를 요구받았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이러한 관료들의 적극적 행정 분위기는 매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이제는 다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관료보다는 혁신적 기업가가 창조적 시장을 만들고 정부 관료는 사회적 안전망을 두껍게 하며 복지 서비스를 촘촘하게 하는, 말 그대로 봉사하는 공무원(civil servant)이 기대된다. 개발연대와는 또 다른 의미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공무원의 부작위 또는 직무태만 등 소극 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을 강화하는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소극행위란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아 국민에게 불편을 주거나 권익을 침해하고 국가 재정에 손실을 초래하는 업무 행태를 말한다. 소극행정으로 안전사고를 유발하거나, 국민 불편을 초래한 경우는 비위 행위자는 물론 지휘 감독자도 엄중히 문책하도록 했다.

나아가 소극행정 비위에 대해서는 징계 감경을 할 수 없도록 하고, 고의성이 있는 경우는 최대 파면까지 가능하도록 징계 기준을 높였다. 아울러 가벼운 제재인 경고·주의 처분의 효력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 책임행정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복지부동(伏地不動) 등 관료제의 병폐를 정조준한 혁신적인 시도라고 판단된다. 다만, 징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민 불편, 권익 침해, 국가 재정 손실을 해석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함께 마련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은 서비스 행정, 봉사하는 공무원을 기대한다고 했다. 서비스 행정은 기본적으로 적극적인 행정 행태를 전제한다고 할 때 이러한 역할에 걸맞은 행태를 조장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감사원의 감사 기준도 적극적 행정을 통해 벌어진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감경하는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종래의 부정·비리 적발 위주의 소극적 목적에서 경제성·효과성을 측정해 성과 확보를 위한 적극적 목적으로 감사의 기능이 바뀌고 있는 것과도 맥이 같다.

이미 지난 1월 19일에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예규를 개정해 적극행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에 대해선 징계를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징계령을 강화해 처벌을 강조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도록 함으로써 분위기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더 효과적인 대책은 적극적 행위의 모범 사례를 발굴, 확산해 나가는 범 정부적 혁신 노력의 경주가 될 것이다.

정부 조직은 성공하고 공무원 개개인은 행복한 관료제를 위해 공무원들이 더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공무원들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을 통제 대상이 아니라 서비스의 질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가치를 위해 뛰게 하는 동기 부여 시스템 전반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