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찌든 몸과 마음 ‘꽃비’ 맞으며 씻어볼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남 순천의 주암호 쪽에서 보성의 절집 대원사로 드는 길의 벚나무 터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영덕의 오십천 변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복사꽃. 봄꽃과 함께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곳들이다.

바다·호수·사찰 3색 꽃길

이제 3월. 남쪽에서 시작된 봄꽃의 개화가 밀려 올라올 날이 머지않았다. 여행이란 늘 즐겁지만, 그중에서도 봄날 떠나는 여행만큼 가슴 두근거릴 때가 또 있을까. 봄 여행의 중심은 단연 꽃이다. 매화, 산수유, 동백에서 시작해 벚꽃과 진달래, 개나리, 철쭉으로 이어지는 봄꽃이야말로 봄여행의 매력이다. 흩날리는 봄꽃 아래로 달릴 수 있는 드라이브 명소들을 골라 봤다. 바다와 호수, 그리고 사찰을 끼고 있는 길이다. 아직 봄꽃의 본격적인 개화는 시작되지 않았고, 벚꽃은 4월이나 돼야 피지만 일찌감치 이 길을 소개하는 건 올봄에는 꼭 꽃나들이를 계획해 보시라는 의도다.

# 꽃과 함께 해안도로를 달린다

경남 거제 해금강 해안도로 = 해금강 해안도로는 시원스러운 바다 풍경과 해안 절경이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총연장 10.6㎞에 달한다. 이른 봄부터 해안 절경과 함께 붉게 물든 동백숲과 도로변에 핀 갖가지 야생화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학동의 몽돌해수욕장의 몽돌이 파도에 구르는 소리는 운치가 그만이다. 신선대전망대, 바람의 언덕, 홍포∼여차전망도로가 해안도로와 연결된다.

강원 강릉 경포로 = 경포로는 강릉시 경포동 군정교에서 경포대에 이르는 3㎞ 남짓의 짧은 길이다. 관동팔경의 관문으로 도로 양옆으로 수십 년 된 벚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4월 벚꽃축제 기간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강릉의 대표적인 꽃길이다.

벚나무에 벚꽃이 만개하면 흰 눈이 쌓인 듯하고, 벚꽃 잎이 날려 경포호에 떨어지는 모습은 운치가 넘친다. 주변에 경포대, 선교장, 활래정 등과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멋을 낸다.

경남 진해 벚꽃 해안도로 = 진해는 전역이 벚꽃으로 뒤덮이지만 특히 풍호동 행암에서 웅동만 안골포까지 20㎞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따로 ‘진해 벚꽃 해안도로’라고 부른다. 길 양쪽으로 벚나무 등 6종류의 조경수가 식재돼 있고,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도로도 있다.

시야가 확 트인 해안 전경을 바라보며 가족이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해안도로의 초입 수치해변 유원지의 경관이 특히 훌륭하다.

# 수면에 비친 봄꽃 그림자

전남 구례 섬진강 길=내륙에서 가장 먼저 봄꽃 소식이 전해지는 청정 하천인 섬진강변에는 3㎞ 남짓의 벚나무 가로수길이 있다. 섬진강변은 산수유와 매화가 필 때도 좋지만, 뒤이어 구름처럼 만발하는 벚꽃은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도 17호선과 19호선을 따라 하얀 벚꽃이 강변에 만발해 있어 봄의 향기를 느끼면서 멋진 드라이브를 경험할 수 있다. 다만 개화 절정기에는 도로가 혼잡하므로 호젓한 봄 드라이브를 즐기려면 앞뒤로 이 시기를 피하는 게 좋겠다.

충북 제천 청풍호반 길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에는 청풍문화재단지부터 청풍면 소재지까지 벚나무 가로수가 10㎞ 넘게 이어져 있다. 호반길을 달리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에 내리면 그곳이 곧 절경 감상 자리가 된다.

국내에서 벚꽃이 가장 늦게 피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에 봄이 다 가도록 미처 벚꽃을 보지 못했다면 여기가 마지막 봄꽃놀이의 적지다. 주변에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랜드, 산야초마을 등이 있다.

경북 영덕 오십천 복사꽃 길 = 봄이 무르익을 무렵 영덕 지품면 오십천변 일대는 분홍빛 꽃으로 무릉도원을 이루는 복숭아밭이 있다. 복사꽃 물결은 강구항에서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데 영덕읍과 인접한 화개리 오십천변, 영덕에서 안동 방향 8㎞ 지점 오천 솔밭의 복사꽃은 아름다움의 절정이다.

어디라고 말할 것도 없이 지품면에서 영덕읍에 이르는 34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수시로 맞닥뜨리는 복사꽃밭 앞에 멈추면 그 자리가 곧 명소다. 인근에 강구항, 영덕어촌민속전시관, 칠보산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 봄바람에 날리는 봄꽃

전남 보성 대원사 길 = 백제 천년고찰인 대원사에 이르는 길은, 봄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녹음과 시원한 계곡, 가을에는 오색단풍, 겨울에는 설화가 만발하는 길이다. 그중 가장 화려한 풍경이 벚꽃이 필 무렵이다. 절집의 진입로를 따라 이어진 5.5㎞ 구간에 양옆으로 왕벚나무가 가지가 맞닿을 정도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절집 들머리 쪽 주암호 일대의 둔덕도 봄에는 초록으로 반짝거린다. 차를 타고 휙 지나치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운 길이다. 주변에 서재필기념공원, 유마사, 고인돌공원 등이 있다.

충남 청양 장곡사 길 = 청양의 칠갑산 일대는 해마다 봄이면 산철쭉과 벚꽃으로 화려하게 불붙는다. 특히 칠갑산 남쪽 기슭의 장곡사로 드는 6㎞의 도로를 끼고 길게 벚나무들이 심어져 ‘흰 눈이 흩날리듯 아름다운 벚꽃길’을 완성한다. 다른 봄꽃 명소보다 덜 알려진 편이어서 벚꽃의 절정기에 찾아가도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칠갑산자연휴양림, 장승공원, 도림계곡 등의 명소들이 주위에 있다.

충남 공주 동학사 길 = 동학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의 비구니 강원. 비구니들의 경 읽는 소리가 맑은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어우러져 청아한 절집이다. 동학사로 드는 길 초입에 박정자 삼거리가 있다. ‘박정자’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밀양 박씨 일가가 심은 느티나무 중 정자(亭子)로 삼을 만한 것이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박정자 삼거리에서 동학사에 이르는 3㎞ 도로변은 봄이면 벚꽃 터널로 장관을 이룬다. 은선폭포, 계룡산 도예마을, 갑사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글·사진 =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